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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能)·가부키(歌舞伎)와 더불어 일본의 가장 중요한 무대 예술로 손꼽히는 ‘닌교 조루리 분라쿠(人形淨瑠璃文樂)’는 노래로 표현된 서사, 악기 반주, 인형극이 한데 어우러진 예술 전통이다. 닌교 조루리 분라쿠 극 형식은 인형극이 15세기에 인기가 있던 ‘조루리(淨瑠璃)’라는 서술 장르와 결합하여 에도(江戶) 시대 전기(1600년경)에 출현하였다. 이 새로운 인형극 형식과 관계있는 구성은 봉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지다이모노(時代物)’와 사랑이나 사회적 의무를 소재로 한 ‘세와모노(世話物)’ 등 2가지 주된 출처로부터 유래한다.
18세기 중엽에 닌교 조루리(人形淨瑠璃)는 특징적 상연 형식을 정착하였다. 3명의 인형 조종자들은 관중이 보는 앞에서 허리 높이의 막 뒤에 있는 무대 위의 인형들을 움직인다. 유카(床)라는 돌출된 높은 단 위로부터 내레이터 다유(太夫)가 인형의 행동을 이야기하면, 음악가는 3현 악기인 사미센(三味線)으로 반주한다. 다유는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등장인물을 맡으며 각각의 역할과 상황에 맞추어 다른 목소리와 억양으로 말한다. 작성된 대본을 그대로 읽지만 즉흥적인 연출의 여지가 많다.
3명의 인형 조종자들은 인형의 몸짓과 태도가 생생하게 보이도록 그들의 움직임을 조심스럽게 조정하여야 한다. 섬세한 의상과 개성 있는 표정의 인형은 인형 제작의 대가들이 손으로 직접 만든다. 이 장르는 19세기 말 분라쿠자(文樂座)가 대표적인 연극이었을 때 오늘날과 같은 명칭인 ‘닌교 조루리 분라쿠’라고 불리게 되었다.
오늘날 잘 알려진 공연장은 오사카 국립 분라쿠 극장이지만, 명성이 높은 이곳의 연희단은 도쿄와 다른 지방 극장에서도 공연한다. 에도 시대 때 쓰인 700여 작품 가운데 약 160여 작품의 레퍼토리가 오늘날에도 남아 있다. 과거에는 온종일 계속되었던 공연은 원래의 6막에서 2~3막 정도로 축소되었다. 닌교 조루리 분라쿠는 1955년 일본의 중요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오늘날에도 젊은 연희자를 많이 끌어들이고 있으며, 대본의 미학적 우수성이나 극적 내용은 꾸준하게 현대의 관객을 매혹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