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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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ㅡ24화]스님에게 속은 세 부인
한 마을에 박씨, 김씨, 이씨 세 사람이 지방 행정의 우두머리
인 천호(千戶) 직책을 서로 이어 맡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세 사람을 모두 천호라고 불렀다.
이 마을 근처 산속에는 조그마한 절이 있었고, 이 절에는 한
스님이 동자승을 데리고 절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이 스님은
이 세 천호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수시로 마을에 내려와 천호들
의 집에 들러 놀다 가곤 했다.
스님이 이들 세 천호의 집을 들락거리면서 보니, 그 부인들이
모두 젊고 고와서 잔뜩 눈독을 들였다. 그런데 한번은 보니까 세
천호의 부인들이 모두 한집에 모여 놀고 있는 것이었다. 스님은
곧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며 한 꾀를 내어, 세 부인들에게 공손하
게 허리를 굽혀 절한 다음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 절에는 특별한 콩을 가지고 보통 방법과 다른 특수한
방법으로 만든 두부가 있답니다. 그 맛이 다른 두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고소하고 별다른 향기가 나지요, 세 부인께서
따뜻한 봄날 한번 놀러 오시면 그 두부맛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얘기를 들은 부인들은 그 두부맛에 잔뜩 관심이 쏠려, 어느
따뜻한 봄날 한낮에 함께 그 절로 올라갔다. 마침 온 산에 철쭉
이 만발해 있고 돋아나는 새싹들은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빛나
고 있었다. 이러한 산속 경치에 세 부인들은 흥취에 겨워 소녀
같은 정감이 솟아올랐다.
절에 도착하니 스님은 부인들을 반갑게 맞으며 불당의 부처
님 앞에 절하고 끓어앉으라 했다. 그러고 나서 스님은 두부 그릇
을 부처님 앞에 올려놓고는, 워낙 특수한 두부라 이렇게 부처님
께 치성을 드린 다음에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곧 목탁을
두드리면서 낭랑한 목소리로 한참 동안 염불을 하고 나더니 천
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절 부처님은 워낙 영험이 있어서 앞에 와 절하는 사람
의 모든 과거 비밀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숨겨 둔 비밀을
고백해야만 벌을 안 받지, 그렇지 않고 계속 숨기고 있으면 이
산을 내려가기 전에 벌을 받아 낭패를 당하게 됩니다. 부인들도
혹시 마음속에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으면 이 부처님 앞에서 모
두 털어놓고 용서를 빌기 바랍니다."
이렇게 그럴듯하고 위협적인 거짓말을 했다. 이 때 부처님 뒤
에서 엄숙한 목소리로,
"내 너희 세 여인의 이전 비밀을 다 알고 있으니, 숨김없이
고백하고 죄를 빌어 사하도록 하라."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이것은 아침에 스님이 미리 어린
동자승에게 부처 뒤에 숨어 있다가 그렇게 말하도록 시켜 놓았
기 때문이었다.
이에 박 천호의 아내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먼저 말했다.
"저는 처녀 때 오늘과 같은 봄날 친구들과 산에 나물 캐러 가
서 혼자 떨어져 산속을 헤매다가, 마침 나무를 하고 있는 이웃집
총각을 만났습니다. 반가워서 가까이 가니 총각은 저를 안고 숲
속으로 데리고 들어가 눕히고는, 치마를 올리고 제 배 위에 엎드
려 막대기 같은 것으로 부딪쳤습니다. 그때 총각이 한참 동안 몸
을 어떻게 움직이며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저는 총각이 무슨 일
을 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집에 와서 어머니에게 얘기했더
니, 어머니는 야단을 치시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단단
히 주의시켰고, 끝내 그 사실을 숨기고 박 천호에게 시집왔습니
다. 이것밖에는 비밀이 없습니다."
그 다음 김씨 천호 아내의 비밀은 이러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이웃집 총각과 놀기도 하고 가까이 지냈
습니다. 제가 혼인할 나이가 되니 그 총각은 제게, 혼인 전에 반
드시 연습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당황하게 된다고 말했습니
다. 저는 그래야만 되는 것으로 알고 그 총각이 하자는 대로 따
라 했습니다. 밤마다 몰래 만나 그 다양한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
하면서 저를 앞으로 뒤로 돌리고 눕혔다가 앉혔다가 하며 맨살
을 맞대고 몸을 흔들며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렇게 매일 밤 한
가지씩 배웠지만,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전혀 연습이 되지 않았
습니다. 이렇게 계속 배우는 동안 저도 모르게 임신이 되어 아니
를 낳았고, 부모님이 그 아이를 땅에 묻고는 그것을 숨긴 채 김
천호와 혼인을 시켰습니다. 정말 이것밖에는 다른 비밀이 없습
니다."
마지막으로 이씨 천호 부인이 말을 이었다.
"저는 처녀 때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시집온 후 신혼 초에
남편은 친구를 좋아해 그들을 자주 집으로 불러들여 놀았습니
다. 그런데 어느 날 제가 집에 혼자 있을 때 남편 친구 한 사람이
와서는 저를 덮쳐 어떻게 할 수도 없이 당했습니다. 이후로 제가
혼자 있을 때면 이 사람이 늘 와서, 남편이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흡족하게 저의 기분을 돋우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늘 기다
려졌고 이러는 사이 그 사람의 아이를 임신해 아들을 낳았습니
다. 지금 기르고 있는 아니가 바로 그 아니인데, 제 남편은 이 아
이를 자기의 아들로 알고 있습니다. 저의 이 비밀은 제 자신의
죄가 아니고 순전히 남편이 친구를 좋아한 까닭에 그렇게 된 것
임을 부처님도 아실 겁니다. 그러니 제 비밀은 결코 죄가 될 수
없습니다."
세 부인의 비밀을 다 들은 스님은 부인들 앞에 다가앉아, 이
사실을 남편들에게 모두 알려야 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러자 세
부인은 스님 앞에 엎드려 살려 달라고 애원했고, 이에 스님은 개
별적으로 이야기해 보아야겠다면서, 부인 한 사람씩을 따로따로
옆방으로 불러들였다.
부인들은 차례로 스님과 함께 옆방막?들어가서 오랜 시간
이 지나서야 나왔는데, 방안에서 스님과 단둘이 무슨 일을 했는
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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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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