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의리 있는 평안 감사

eorks 2019. 8. 18. 05:21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5부 끓어오르는 열정, 억제치 못하고
[제5ㅡ25화]의리 있는 평안 감사
한 시골 선비가 과거 시험 관계로 서울에 올라와 성균관 근처 마을에 숙박을 정하고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인집 부인을 보니 매우 곱고 예뻐서 마음에 들었다.

하루는 선비?방에 앉아 독서를 하면서 보니, 마침 바깥주인 은 외출하고 부인만 집안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선비가 부인이 일하는 곳으로 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은근한 눈길을 보내니, 부인도 이를 싫어하는 눈치가 아 니었다.

곧 선비는, 부인이 서서 두 팔을 뻗어올려 빨래를 널고 있는 뒤에서 두 손을 가슴속으로 밀어넣으며 힘껏 끌어안았다. 그리 고 부인이 특별히 거절하지 않기에, 부인을 안고 방으로 들어 가서 재미를 보았다. 이 때 부인은 정감이 고조되어 흥분 상태에 서 탄성을 지르며 매우 좋아했다.

그런데 한창 이렇게 기분이 고조되어 있을 때, 대문에서 바깥 주인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장 안으로 들어와서 방 문을 여는 것이었다. 선비는 급한 김에 부인 위에 엎드린 채, 벗 어 놓은 치마를 끌어다 얼른 부인의 얼굴만 덮었다. 그러고서 문 쪽으로 얼굴을 돌려 바깥주인을 보고 고개를 흔들며 들어오지 말라는 눈짓을 했다.

이 모습을 본 바깥주인은 선비가 어떤 다른 여인을 데리고 와 서 잠깐 동안 안방을 빌려 재미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이렇 게 말하며 얼른 문을 닫고 집 밖으로 피해 주었다.

"내 그만한 눈치는 있지요. 재미 많이 보아요."

이렇게 해서 선비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부인과 하던 일을 계 속해 흡족하게 끝마쳤다. 그러고 나서 부인은 얼른 옷을 입고 살 짝 옆집으로 가 있었다.

얼마 후 남편이 먼저 집으로 돌아와 있는데, 한참 후에야 부 인이 집으로 돌아오니 남편은 짜증을 내면서 물었다.

"당신은 집을 비워 놓고 어디를 갔다가 이제 와요?"

"아, 여보! 이웃집에서 바느질을 좀 도와달라고 하기에 갔다 가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왜 무슨 일이 있었어요?"

"아니오, 일은 무슨 일. 부인이 집에 없기에 물어본 게지요."

이런 일이 있은 얼마 후, 선비는 과거에 급제하여 이 집을 떠 났다. 그러고 여러 해 세월이 흘러, 선비는 평안 감사가 되어 부 임하게 되었다.

이 때, 옛날 그 주인집 남자가 관리 임명 명단을 보고, 지난 날 자기 집에 묵었던 이 선비가 평안 감사로 오게 된 것을 알았 다. 곧 남자는 기뻐하면서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옛날 우리 집에서 묵었던 그 선비가 평안 감사가 되었 다오. 그때 우리가 잘 뒷바라지해 주어 과거에 급제했으니, 내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하려 하오."

"아이고 여보! 요즈음 세상 인심이 얼마나 각박한데 그런 관 계로 우리를 도와주겠어요? 가봐야 아무 소용 없을 테니 괜한 고생 하지 말고 가지 마시오."

부인은 이렇게 말하면서 가지 말라고 남편을 말렸다. 그러나 남편은 두고 보라면서 아내에게 화를 내고는 평양으로 떠났다.

남편이 평양으로 가서 감영에 들어가 감사에게 인사를 올리 니, 감사는 냉담하게 대하며 자신도 사정이 어렵다고 하면서 겨 우 노잣돈 몇 푼을 주며 돌아가라고 했다.

큰 기대를 가지고 갔던 남편은 실망하여, 집으로 돌아와 화를 내며 투덜댔다.

이러한 남편의 태도에 아내는 농담하듯이 말했다.

"내 가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차라리 내가 갔더라면 당 신보다는 많은 돈을 얻어 올 수가 있었을 텐데......,"
하며 의미 있는 웃음을 지었다.

"무슨 소리! 부인이 간들 별수 있었겠어? 아무 소용 없으니 그만 잊어버려요."

"여보! 혹시 몰라요, 내가 가서 한번 시험해 볼 테니 며칠 동 안만 기다려 봐요. 내일 나 평양으로 떠나겠어요."

부인은 평양에 도착하여 물어서 감영으로 찿아갔다. 그리고 미리 문지키는 군인들에게 연락을 취해 놓고 감영 안으로 들어 가 공손히 인사드리니, 감사는 반갑게 맞이하며 여인을 감영에 머물게 하면서 잘 대접했다.

세월이 흘렀어도 여인은 여전히 젊고고왔다. 며칠 머무는 동 안 감사는 여인과 그 옛날의 정분이 되살아나서 뜨거운 정감을 불태웠고, 여인 역시 옛날보다도 훨씬 잘 훈련되어 있어 적극적 으로 호응해 주었다.

여러 날 만에 여인이 감영을 떠나니 감사는,

"부인! 내 옛날의 그 몫까지 합하여 보상하겠소."

하면서 많은 재물을 말에 싣고, 여인도 다른 말에 태워 보내 주 었다. 이렇게 하여 집으로 돌아오니, 남편은 이상하게 생각하며 어떻게 감사의 마음이 변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내는 웃으 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여보! 그 평안 감사가 옛날에 우리 집에 머물고 있었을 때 말입니다. 혹시 선비가 어느 날 안방에서 옷을 벗고 어떤 여인 위에 엎드려 있었던 일을 기억하십니까?"

이 물음에 남편은 한참 동안 가만히 생각하더니 말했다.

"응....,그때 내가 문을 열고 들여다보았을 때 치마로 얼굴 을 가린 여인이 누구였는지를 모르겠어, 그런데 그때 당신은 이 웃집에 가고 없었는데,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여보! 화내지 말아요. 그때 선비의 배 밑에 누워 있던 여자 가 바로 나였어요. 당시 치마로 얼굴을 가리운 채 웃음을 참느라 고 혼이 났답니다. 여보, 용서하시는 거지요? 이번에 감사가 이 렇게 재물을 많이 준 것도 다 그 때문이라오."

"아니 부인! 뭐라고? 당시 그 치마에 덮인 여자가 바로 당신 이었다고? 내 그때 그 여자가 당신인 줄 알았더라면 눈을 백 번 쯤 더 감아 주고 하루 종일 밖에서 놀다가 돌아올 걸 그랬네, 그 랬더라면 이번에 더 많은 재물을 얻어 왔을 텐데....,"

남편은 아내를 껴안고 웃으며 좋아했다.<조선 후기>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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