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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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ㅡ27화]점을 처 알려 주는 장님
한 장님의 아내가 매우 예뻤다. 그래서 이웃에 사는 젊은이가
그 부인에게 잔뜩 마음을 두고 정을 통할 생각으로 눈짓을 하며
유인하니, 장님 아내도 마음에 있는 듯 웃음을 띠며 반응을 보이
곤 했다.
젊운이가 하루는 장님의 집을 살피니 장님 부부가 한가로이
마루에 앉아 있기에, 곧 자신의 욕망을 채울 수 있는 좋은 기회
라고 생각하고 장님의 집을 방문했다. 젊은이는 부인에게 손짓
을 해 신호를 보낸 다음, 장님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는 어려운
부탁이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경사(經師) 어른! 내가 한 부인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인데,
오늘 마침 그 부인 남편이 멀리 외출하고 부인이 혼자 집을 보고
있습니다. 지금 내가 그 부인 집으로 가서 부인과 정을 통하고자
하는데, 그러는 동안에 부인 남편이 혹시 들어올까 몹시 걱정스
러우니, 내가 그 일을 끝낼 때까지만 어른께서 그 집 대문에 서
서 부인의 남편이 오는지 점을 치면서 지켜보아 주십시오."
이 말에 장님은 허허 웃으며,
"아, 이웃 사람끼리 그만한 수고를 못해 주겠어요? 좋습니다.
내 그렇게 해드리지요."
하고 쾌히 승락했다. 이에 젊은이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그러
면 지금 당장 그 부인의 집으로 가자고 하면서 장님을 인도해 집
을 나섰다.
젊은이는 마을의 외진 곳으로 한 바퀴 빙 돌아, 조금 전에 떠
났던 바로 그 장님의 집 대문 앞에 와서 멈추었다.
"경사 어른! 여기가 그 부인의 집입니다. 여기 대문 앞에 서
서 그 부인의 남편이 오는지 점을 치고 계시다가, 남편이 오는
기미가 있으면 즉시 안으로 들어와 연락해 주십시오. 잘 부탁합
니다."
이러고는 안으로 들어가니, 장님 아내는 미리 눈치를 채고 속
옷만 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곧 젊은이는 장님 아내를 껴안고 방
으로 들어가, 서로 마음만 갖고 있던 그 끓어오르는 감흥을 마음
껏 발산하가 보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장님은 자기 집 대문 앞인지도 모르고, 대문에 기대서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도 젊은이가 나오지를 않기에 초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주머니에서 산통을 꺼내 점을 치니, 놀랍게도
젊은이와 함께 있는 그 부인의 남편이 지금 대문 앞에 와 있는
점괘를 얻은 것이었다.
장님은 급한 마음에 집안으로 달려들어가 소리쳤다.
"이봐 젊은이! 이 점괘는 분명히 그 부인 남편이 대문 앞에
와 있는 점괘라, 틀림없이 들킬 것 같으니 속히 끝내게나."
이렇게 외치니, 장님의 아내는 입을 틀어막고 웃어 댔다. 일
을 끝내고 방에서 나온 젊은이는 다시 장님을 인도해 마을을 한
바퀴 빙 돌아서 장님의 집으로 안내하고는 고맙다며 인사하고
돌아갔다.<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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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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