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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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ㅡ29화]불평하는 피장(皮匠) 아내
한 고을에 짐승 가죽으로 주머니를 만들어 파는 피장
이 있었는데, 그 아내가 매우 고왔다. 그래서 그 집에 가죽신이
나 가죽 주머니를 부탁하러 가는 사람들은 이 부인을 꾀어 정을
나누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꼈으나, 실제로 그 부인의 마음을 잘
몰라 감히 용기를 내지 못했다.
어느 날 한 사람이 그 부인의 뜻을 알아보려고, 피장네 집을
방문하여 부인이 있는 옆방에서 큰소리로 피잔에게 이렇게 부탁
했다.
"이보게! 내 양근이 너무 크고 길어서 걸어다닐 때 다리에 걸
려 매우 불편하네, 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말랑말랑한 사슴가죽
으로 내 양근 크기에 맞게 주머니를 하나 기워 주게나. 그러면
내 연장을 그 주머니에 넣고 끈으로 묶어 끌어올려 허리끈에 동
여매면 좋을 것 같네, 어떤가? 그렇게 하면 덜렁덜렁하지 않고
좋을 것 같지? 그럴듯하지 않는가?"
하고 옆방에 잘 들리도록 차근차근 설명했다. 얘기를 들은 피장
이 그 참 좋은 생각이라고 말하며, 옷 위에서라도 양근을 한번
만져 보자고 했다. 그래서 이 사람이 바지 속으로 손을 넣어 양
근을 잡고는 만져 보라 하니, 피장은 양근을 쥔 손까지 대충 만
져 보고는 과연 크다고 하면서 웃었다.
"큰 주머니를 기워 놓겠습니다. 며칠 후에 와서 �O아가도록
하십시오. 만약에 소인이 집에 없더라도 아내에게 달라고 해서
�O아가시면 됩니다."
피장의 아내가 옆방에서 두 사람의 얘기를 다 듣고는, 그 남
자의 양근이 크고 길다는 데 큰 호기심을 가졌다. 며칠 후 이 사
람은 일부러 그 집 근처에서 엿보고 있다가, 피장이 외출하는 것
을 확인하고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피장의 아내에게 며
칠 전에 부탁한 주머니를 달라고 했다.
이 때 피장 아내는 야릇한 눈짓을 하면서, 주머니가 방안 궤
속에 있으니 방으로 들어오라고 하고는, 궤 속에서 주머니를 꺼
내 만지작거리면서 머뭇머뭇하다가,
"치수가 맞는지 확인해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말하면서 머리를 숙였다. 이에 남자가 그 마음을 읽고 곧
부인을 끌어안자, 피장의 아내도 기다렸다는 듯이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그러나 피장의 아내는 곧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이 남자의
물건이 크고 길어 특별한 맛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잔뜩 가지
고 있었는데, 실제로 경험을 해보니 오히려 자기 남편의 그것보
다 좋은 것 같지 않았다. 피장의 아내는 크게 실망하고 말없이
남자에게 주머니를 건네주었다.
이튼날, 이 남자가 다시 피장네 집을 방문하여 피장에게 주머
니를 기워 준 데 대해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이에 피장이 주머
니 크기가 잘 맞느냐고 물으면서 웃으니, 이 사람은 허풍을 떨면
서 이렇게 말했다.
"뭐, 내 연장이 워낙 커서 주머니가 조금 작은 듯하지만, 그
냥 그런데로 쓰면 되겠으니 염려 말게나."
이 때 옆방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피장의 아내가 입을 삐죽
이면서 큰소리로 중얼거렸다.
"흥, 주머니가 작아? 그 사람 물건이라면 300개도 더 담을
수 있겠고, 머리까지 온통 들어가도 되겠더라, 주머니가 작다
고? 말도 안 된다, 허풍 떨지 말라고 해!"
이 소리에 남자는 크게 웃었으나, 피장은 자기가 무엇인가 잘
못해 아내가 화를 내는 줄 알고 시무룩해졌다.<조선 후기>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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