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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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ㅡ30화]젓갈 장수의 외침
한 남자가 게을러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았다. 하루는 방
에서 아침 늦도록까지 이불을 쓰고 누워 있었고, 아내는 이웃집
에 일이 있어서 가고 없었다.
그 때 마침 젓갈 장수 여자가 젓갈통을 이고 마루 앞에 다가
와서,
젓갈 사시오! 젓갈이오, 젓갈 사시오!"
하고 외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남자가 문을 열고 젓갈 장수
여자를 불렀다. 젓갈 장수가 마루에 젓갈통을 내려놓고 뚜껑을
여는 것을 본 남자는,
"아주머니, 내 몸이 아파 밖에 나가지 못하니 방으로 들어와
서 젓갈 2푼어치만 이 그릇에 담아 주오."
하면서 그릇을 내밀었다. 그래서 젓갈 장수 여자는 그릇을 받으
려고 방으로 들어왔는데, 이 순간 남자가 갑자기 여자를 끌어안
아 눕히고 옷을 벗겼다. 이에 여자는,
"이 무슨 흉측한 짓이오? 흉악해! 아이 흉악해!"
하고 소리치며 밀치다가, 끝내 힘이 빠져 옷이 벗겨진 채 남자
밑에 눕고 말았다.
남자가 여유를 주지 않고 몰아쳐 흥분시키니, 여자는 신음하
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도 오로지 다음 말만을 끝까지 계속했다.
"아이, 흉악해! 흉악해라, 흉악해! 흉악하구먼!"
일이 끝난 다음에 남자가 젓갈값을 계산해 주니, 여자는 돈을
집어던지고 급히 젓갈통을 이고 밖으로 나가면서 외치는데, 그
소리가 앞서와는 사뭇 달랐다.
"아이, 흉악해! 흉악 젓갈 사시오! 흉악 젓갈! 흉악 젓갈이오!
흉악 젓갈 사시오!"
이렇게 연속으로 외치는 것이었다.
여자가 하루 종일 다니면서 `흉악 젓갈` 사라고 외치니, 사람
들은 `흉악 젓갈`이 무엇인지 몰라 아무도 사는 사람이 없더라.
<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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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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