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사령(使令) 앞에서 방귀 뀐 죄

eorks 2019. 8. 26. 00:05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5부 끓어오르는 열정, 억제치 못하고
[제5ㅡ32화]사령(使令) 앞에서 방귀 뀐 죄
어느 늦은 봄날, 들판에는 한창 보리 이삭이 패서 봄바람에 일렁이고 있었다. 이 때 이 고을 관청의 사령이 사령 복장을 갖 추어 입고 들판길을 지나다가 밭에서 일하는 한 부인을 보았다.

부인이 일을 하다가 밭두렁에 나와 쉬고 있는데, 사령이 보니 얼굴이 예쁘장해 마음이 끌려서 술책을 부리려고 가까이 가서 엄숙하게 말했다.

"부인은 왜 버릇없이 사령 앞에서 방귀를 뀌었나?"

이렇게 힐책하니, 부인은 화를 내면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보리밥 먹고 종일 일하는데 어찌 방귀가 안 나오겠어요?"

그러자 사령은 한번 더 위엄을 보이며, 사령 앞에서 방귀 뀌 는 버릇없는 여자를 모두 잡아들이라는 관장(官長)의 무서운 명 령이 내려졌다고 말하고, 여인의 팔을 끌며 같이 가자고 했다.

그러자 부인은 용서해 달라고 빌면서 애걸하는 것이었다.

"다른 곳에도 방귀 뀐 여자가 수없이 많이 있을 테니, 나를 용서해 주고 다른 데에 가서 잡아가시오."

이에 사령은 목소리를 낮추고, 자기 말을 들으면 용서해 주겠 다고 하면서 은근히 손목을 잡고 몸을 끌어당겼다. 그러자 부인 도 눈치를 채고 못 이기는 체하면서 끌려나왔다.

사령은 옆에 있는 보리밭 속으로 들어가 보리 이삭을 눕혀 자 리를 만들고 부인을 눕혔다. 그리고 나서 일을 끝내고 사령이 일 어나 옷을 입고 나오며 농담을 했다.

"또 방귀를 뀌기만 해봐라, 내 방금 달려와 잡아간다." 이러고 떠나가니, 사령이 가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서 있던 부인이 갑자기 큰소리로 사령을 불렀다. 부르는 소리에 사 령이 뒤를돌아보니 부인은,

"나으리! 내 방금 또 방귀를 크게 두 번 뀌었어요."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사령은 손을 내젓고 걸음을 재촉하며 말 했다.

"응? 방귀뿐 아니라 똥까지 누어도 된다."<조선 후기>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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