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소가죽 쓰고 간다

eorks 2019. 9. 23. 00:04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6부 그들의 행동, 정말 어리석었다.
[제6ㅡ22화]소가죽 쓰고 간다
어느 고을에 매우 어리석은 관장이 있어서 백성들의 고소 사 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그런데 관장의 부인은 영리하고 사리에 밝아, 남편의 업무 처리를 많이 도왔다.

하루는, 관청의 소를 빌려 가 기르고 있는 백성이 달려와서 다음과 같이 아뢰었다.

"사또 어른! 소인은 관청의 소를 빌려 기르고 있는 농부이옵 니다. 그동안 소를 잘 돌보며 농사를 지었사온데, 어제 소가 돌 다리를 건너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다리 위에서 내 바닥으로 떨 너져서 다리가 부러져 죽었습니다.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 을는지 그 방법을 일러 주옵서소."

백성의 호소를 들은 관장은 그러나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를 몰랐다. 그래서 어물어물하다가 급히 안으로 들어가, 아내에 게 이 사실을 얘기하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물었다.

관장의 말을 들은 아내는 곧 `폐우고장(斃牛告狀)'에 대한 처 치 방안을 다음과 같이 써주었다.

"소를 잡아서 고기는 관청(官廳)으로 보내고, 가죽은 공방(工 房)으로 보내며, 뼈와 뿔은 군기(軍器)를 맡고 있는 부서로 보내 도록 하라."

이렇게 지시하면 된다고 말한 것이다. 이에 관장이 다시 나가 앉아서 그 백성에게 이대로 판결을 해 보내니, 모두들 합당한 처 사라고 하면서 칭찬했다.

그런데 몇 달 후에 또 한 백성이 와서 다음과 같이 호소하는 것이었다.

"사또 어른, 아뢰옵니다. 소인의 부친이 어제 돌다리를 건너 다가 넘어져서 돌다리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습니다. 사망 사실 을 확인하시고 물고첩(物故帖)을 내려주시기 바라옵니다."

이 호소에 접한 관장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얼마 전 관청의 소가 다리에서 떨어져 죽은 사실과 흡사한 것 같았다. 그래서 앞 서 아내가 써준 `폐우고장'의 처리 내용 그대로 얼른 제(題)를 써 서 내려주었다.

이렇게 되니, 그 처지를 본 사람들이 모두 배를 쥐고 웃었고, 이 얘기를 들은 관장의 아내는 남편에게,

"영감! 딱하구려, 소의 죽음과 사람의 죽음이 어찌 같아요?" 하면서 방바닥을 「?탄식했다.

얼마 뒤에 관찰사가 이 사실을 알고, 관장들의 업무 평가 점 수를 매길 때 이 관장을 가장 낮은 점수로 평가해 보고하여, 그 로 인해 관장은 곧 관장 자리에서 쫒겨나고 말았다.

떠날 준비를 하는 관장에게 그 아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여보 영감! 영감이 업무 처리를 잘못해 파면되어 돌아가니 사람들 보기에 얼마나 부끄러워요. 나는 가마를 타고 가니 사람 들 눈에 보이지 않아 부끄러움을 면할 수 있지만, 영감은 덩실하 게 말을 타고 가야 하니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며 손가락질을 할 텐데, 그 수모를 어찌 감당하시렵니까?"

아내의 말에 관장은 허허 크게 웃고는,

"여보 부인! 내 당신이 써준 `폐우고장' 처리 문제 때문에 이 렇게 되었으니, 그 죽은 소의 가죽을 쓰고 가면 사람들이 내 얼 굴을 보지 못할 테지요."

하고 대답하니, 사람들이 듣고 크게 웃더라.<조선 중기>


......^^백두대간^^........白頭大幹

'조선왕조 때 유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내 자랑하는 김추(金錘)  (0) 2019.09.25
부인 바지도 없었나  (0) 2019.09.24
포악한 군수 아내  (0) 2019.09.22
손님 접대하는 관장  (0) 2019.09.21
벽에 홍합 그린 관장  (0) 2019.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