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벽에 홍합 그린 관장

eorks 2019. 9. 20. 06:31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6부 그들의 행동, 정말 어리석었다.
[제6ㅡ19화]벽에 홍합 그린 관장
한 고을의 관장이 너무나 건망증이 심했다. 그래서 매일 좌수 (座首)가 들어와서 인사를 하면, 인사할 때마다 좌수의 성씨를 묻고, 그리고는 금방 잊어버려 이튼날 다시 기억하지 못하는 것 이었다.

하루는 관장이 역시 좌수의 성을 기억하지 못하고 물으니, 좌 수는 관장이 매일 자기의 성씨를 묻는 것에 대해 민망해서 다음 과 같이 아뢰었다.

"사또! 소인의 성은 홍가(洪哥)이옵니다. 소인 성을 기억하지 못하시고 매일 물으시니 매우 민망하옵니다."

그러자 관장도 날마다 좌수의 성을 묻는 것이 미안해서 한 가 지 방법을 강구했다. 곧 종이에 `홍합(紅蛤)'을 하나 그려서 벽에 붙여 놓고, 그 그림을 보고는 좌수의 성인 홍씨를 기억하려고 한 것이었다.

이튼날 좌수가 들어와 인사를 하는데, 관장은 벽에 붙어 있는 홍합 그림을 쳐다보면서 좌수의 성을 기억하려 했지만 여전히 기억나지 않았다. 관장이 홍합 그림을 보고 여러 가지로 추리하 는 동안에 드디어 한 생각이 떠올랐다.

곧 관장은 무릎을 치며 기쁜 표정으로 좌수에게 물었다.

"내 이제야 좌수 성씨를 생각해 냈네, 좌수의 성씨가 보씨(寶 氏)였지? 그렇지 않은가?"

홍합의 생긴 모양이 여자의 성기 모습과 비슷하여, 사람들은 홍합을 보면 여자의 성기를 연상하게 된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 은 여자의 성기를 `보지(寶池)'라고 부르기 때문에, 관장이 홍합 을 보고 좌수의 성씨를 `보씨(寶氏)'일 거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좌수는 고개를 숙이고 遊鄂杉?

"사또! 아니올시다. 소인 성은 보가(寶哥)가 아니오라 홍가 (洪哥)이옵니다. 홍합 그림을 보시고 아마 유별난 것을 기억해 내신 것 같사옵니다."

그제야 관장이 다시 무릎을 치면서 크게 웃고 말했다.

"그렇군, 내가 홍합을 잘 그려 놓고도 엉뚱하게 별 이상한 것 을 생각했구려. 민망스럽네그려."

이에 듣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조선 후기>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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