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談.野史.說話

정평구의 비거(飛車) ①

eorks 2019. 10. 30. 07:57
野談 ♡ 野史 ♡ 說話

정평구의 비거(飛車) ①
    1. 1591년(선조 24년) 순천부사를 거쳐 전라우도 수군절도 사를 제수 받은 이억기(李億祺)는 임금에게 사은숙배를 하고 돌아 나오는 길에 잘 아는 관원으로부터 괴이쩍은 소 리를 들었다. - 문과에 장원 급제감 하나 억울하게 놓쳤소이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그런데 계속해서 한다는 소리가 엄청났다. - 무과에도 장원 급제감 하나 억울하게 놓쳤소이다. 도대체 나라의 동량을 뽑는 과거 시험을 어찌 알고 장원 감들을 낙방시켰다는 말인가? 이억기는 잘 아는 관원을 기생집으로 이끌었다. 자초지종 을 캐물었다. "영감, 잘못 발설했다가는 제 목이 남아나지를 않습니다." "허어. 뭐 임자에게 낭패를 당하게 하려고 묻는 게 아닐세. 그런 출중한 인물을 낙방시킨다는 것은 나라를 위해서도 손 실이 아닌가 말일세. 뛰어난 인재라면 내가 거두어 볼까 해 서 묻는 것일세." 종친이기도 한 이억기는 과거 시험의 부정이 자신의 잘못 이기라도 한 양 안타까웠다. 이억기는 어려서부터 무예에 뛰어나고 용맹하여 찬탄을 받았으며 17세 때에 사복시 내승이 되고, 그 후 무과에 급제, 여러 벼슬을 거쳐 경흥·은성부사를 역임하면서 북방 수비에 만전을 기했으며 그 후 순천부사를 거쳐 이번에 전라우도 수군절도사가 된 것이었다. "이사람, 이름만이라도 알려 주게. 정녕 알려 줄 수 없다는 겐가?" "영감의 고집에는 저도 두 손 들었습니다. 알려 드리지요. 강원도 횡성 땅에 사는 정평구라는 젊은 선비올습니다." "알았네. 고마우이. 기왕이면 어디에 묵고 있는지 알 수 없을까?" "어제 시험이 끝났는데 벌써 내려갔겠습니까? 아마도 지 금쯤 성균관 관촌에 가면 행방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성균관 관촌이라면 과거를 보러 상경한 지방 선비들이 묵 는 숙소가 즐비했다. 이억기는 즉시 순천부에서부터 따라온 군관에게 밀명을 내려 정평구라는 선비를 찾아오도록 했다. 이때는 정계의 형편이 소위 사색 당파라는 당쟁이 생겨서 나라 일은 둘째, 셋째요, 정권을 서로 다투느라고 머리가 깨어지게 싸우는 때라 정평구 같은 천재 재사가 아무리 천 하의 명문이라 할 글을 써 들였다 한들 그 사람이 그 때 정 권을 잡고 있는 당파의 뒷받침이 없는 한 낙방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문과 뿐만 아니라 무과에도 대장 자격을 갖춘 무예와 힘 이 있었으되 역시 그때 정권을 잡은 당파에 연줄이 없으면 버젓한 벼슬 한자리 못 얻어 하게 되었던 것이다. 강원도 횡성 거주 정평구 역시 그래서 낙방이 된 것이었 다. 때마침 정평구 선비는 대궐 밖에 나붙은 방에서 이름을 못 찾자 낙망한 끝에 성균관 근처 관촌 숙소에 누워 뒹굴 면서 이것저것 앞일을 걱정하고 있을 때 이억기 전라우도 수군절도사의 부름을 받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한 식경 후, 정평구 선비는 이억기 수군절도사 앞에 대령했다. 이억기는 한 눈에 정평구의 인물이 마음에 들었다. "자네, 나를 따라 경상우도로 내려갈 용의가 없겠는가. 큰 벼슬은 어렵겠지만 별군관 한 자리는 내가 책임을 짐세." 이번 과거에 응시한 정평구 선비는 문과에는 낙방을 했지 만 무과에는 말석으로 급제를 했던 것이다. 장차 처자식과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 아득하던 판에 정 평구는 작은 벼슬이나마 하게 된 것을 천행으로 알고 이억 기를 따라 전라우도로 내려가게 되었다. "이보게 정군관." "예 말씀하십쇼 절도사 영감님" "자네 곧 이 박군관과 함께 서둘러 횡성으로 내려가 벼슬 자리 하게 된 내력을 설명하고 가족들을 안심시킨 다음 열 흘 후, 전라우도 관아로 출사하게. 우선은 단신 부임일세." "예, 그리 하겠습니다." 이억기는 군관을 따로 불렀다. "자네는 정평구와 함께 횡성으로 내려가서 가족 사항, 사는 형편, 정평구에 대한 주민들의 평판, 평소의 성품 등 자세하게 알아 가지고 오게." 일종의 신원 조사를 은밀히 지시한 것이었다. ~다음에 계속~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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