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談.野史.說話

형장(刑場)에 핀 꽃 ⑦

eorks 2019. 10. 29. 11:34
野談 ♡ 野史 ♡ 說話

형장(刑場)에 핀 꽃 ⑦
    7. 이튿날은 정월 대보름날이었다. 김포교는 변원식의 정 혼녀와 이종사촌간이 된다는 최준모라는 별감을 불러 조 서를 꾸몄다. 변첨지의 처조카 최순재도 버티다 버티다 자백한 것이 열 엿샛날 밤이었고, 이 날 밤에 박흥보도 잡 혀와 변원식과의 관계를 소상히 지술을 했다. 변원식의 처형날자는 이제 딱 하루를 남겨 놓고 있었다. 김포교와 박포교가 그동안의 조사 서류를 갖추어 포도대 장에게 제출하고 군왕에게 품의하여 변원식의 사면장을 기 다렸다. 시각은 일각 또 일각 거침없이 흘렀다. 사형집행시각은 오시. 지금의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사이였다. 서소문 사 형집행장에는 사형집행관을 비롯하여 관원과 포졸들이 삼 엄한 경계망을 펴고 있는 가운데 살부 강상 죄인(殺父綱 常罪人)이라는 명패를 가슴에 단 변원식이 수레에 실려 사 형장에 도착했다. 사형집행시간인 오시가 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었 다. 바로 그때, 신랑을 태울 빈 가마 한 채와 다른 가마 한 채에 신부를 태운 혼례 행렬이 사형장으로 달려들었다. 족두리 한님을 앞세우고 등롱꾼이 좌우에 벌려 선 가운데 가마 한 채에서 낭자 족두리에 활옷을 입은 신부가 나와 형 관 앞에 엎드렸다. "형관 나으리. 소녀는 오시에 이 자리에서 사형 집행을 받게 된 변원식의 정혼녀입니다. 비록 혼례는 올리지 못했 지만 정혼한 처지에 지아비인 남편이 죽는데 여자 홀로 살 아 무엇 하오리까. 이 자리에서 전안 예식을 치르고 소녀도 남편과 함께 죽여주십시오." 통곡을 하며 흐느껴 우는 꽃다운 색씨를 보며 형관의 심 중도 착잡했다. 사정 이야기를 들으니 비록 군왕의 처형명 령장을 받아 놓았지만 국법을 내세워 쫓아버리기도 난감하 여 형관은 부하 관원들과 상의, 일단 포도대장에게 보고하 여 색씨가 소망하는 전안 예식이라도 올려주고 싶었다. 하급 관원에게 품의서를 들려 포도대장에게 급파한 형관 은 형관대로 사형집행시간인 오시가 넘어 미시에 이르자 입에 침이 말랐다. 형관 이하 모든 관원들이 하늘만 치어다 보며 좌불안석이었다. 한편 김포교는 김포교대로 포도대장으로부터 하달될 사 면장을 목마르게 기다렸다. 포도대장 역시 사안이 중대하 였으므로 문서를 면밀히 검토하고나서 군왕에게 품의하여 윤허를 받은 다음 사면장을 작성하여 서소문 사형 집행장 으로 김포교를 급파했다. 그러나 시각은 사형집행시각을 훨씬 넘긴 미시였다. 규 률에 엄격한 형관이라면 이미 변원식은 형장의 이슬로 사 라졌을 시각이었다. 한 겨울에도 비지땀을 흘리며 김포교는 달리고 또 달렸다. 이윽고 서소문 형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김포교는 말 위에서 목청껏 외쳤다. "사형집행 중지! 사면장이 내렸다!" 형관이 더 이상 사형집행을 미루지 못하고 전안 예식을 주선했다. 그러고도 또 한동안 시간을 흘려 보냈다. 미시-. 더 이상 지체할 여지가 없었다. 사형을 집행하라는 명령을 내리려는 그 순간, 사형장을 향해 달려오는 마상에서 외치 는 김포교의 절규가 들려 왔다. ―사면장이 내렸다! 사형집행 중지! ―와아~ 사형장에 구름처럼 모인 민중들의 환호소리가 하늘을 찔 렀다. 사형장에 핀 꽃 한 송이. 정혼자 변원식과 함께 김포교 앞에 엎드려 재생지은의 예를 올리는 부부 앞에 김포교는 젊은 한쌍의 행복한 앞날 을 마음껏 축복해 주는 것이었다. 서소문 처형장에는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도 전해져 온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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