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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장(刑場)에 핀 꽃 ⑤

eorks 2019. 10. 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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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장(刑場)에 핀 꽃 ⑤
    5. 사건을 종결한 박포교는 마음이 불편했다. 비록 존속살 인의 중죄인이라고는 하나 결과적으로 새파랗게 젊은 청년 한 사람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되었으니 박포교의 마 음은 한없이 언짢았다. 더구나 변원식은 심문을 받을 때 마 다 눈물을 좔좔 흘리면서 순순히 늙은 아비를 죽였다고 실 토하는 것이 아무래도 석연치 않았다. 석연치 않은 점은 또 있었다. 사건 당일 집에 없었다면서 어디에서 잤는지 끝끝 내 밝히지 않는 점이었다. 진범인이 나타나지 않은데다가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하고 있으니 강상(綱常)을 어긴 중 죄인으로 처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편 사건발생당시 현장에 달려가 수사에 협력했던 김완 식 포교도 변원식이 사형에 처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섬뜩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돌이켜 보면 변원식을 진범인으로 확정한 것은 자신의 판단이었고 그 판단을 박 포교가 받아들여 사건을 판단했던 것이다. 물론 범행에 사 용된 식칼이 변원식의 궤에서 발견되었으며 세밀한 검험결 과 그 식칼이 범행에 사용되었다고 판단된데다가 초지일관 변원식이 범행은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하고 있어서 다른 판단을 할 수가 없을 것이었다. 드디어 변원식의 처형일이 사흘 뒤로 다가오고 있었다. 때는 정월 열나흘, 삼각산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칼바람이 사정없이 뭇사람들을 꽁꽁 얼게 했다. 하루 뒤면 민족의 명절 정월 대보름이라 집집마다 식구들이 모여 잔치분위 기에 떠들썩 했다. 김완식 포교의 집에서도 명절 분위기에 싸였으나 김포교 는 며칠 후 변원식의 처형을 생각하며 쓸쓸하게 방안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때 잔뜩 몸을 오그린 김개동 포졸이 김포교의 집에 나 타났다. "어이구 추워라! …포교님 계십니까? 개똥이에요―" "어여 들어오게나." 김개동 포졸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퇴청했으면 곧바로 집에 가서 안식구 명절 차림이나 좀 돕지 내집엔 왜 오나?" 온돌이 따뜻했다. 김개동 포졸이 자리를 잡고 앉아 한 소리를 했다. "글쎄 포교나리. 막 퇴청하려는데 꽃같이 예쁜 색씨가 포청으로 뛰어들더니 변원식이 억울하게 죽게 됐다며 울 구불구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무어라, 변원식의 정혼녀?" "숙직 군사들이 달려나와서 색씨를 내몰았는데 색씨는 변원식을 살려달라며 마냥 울면서 쫓겨났지요." 김포교도 그제서야 변원식에게 정혼녀가 있었다는 사실 을 기억해 냈다. "아무튼 추운데 오느라고 고생했다. 너도 한잔 하거라!" 김포교가 이포졸에게 술사발을 내밀었다. 김포교는 소태 를 씹은 듯 오만상을 찌푸리며 이포졸의 술사발에 그득허 니 막걸리를 따라주었다. 바로 그때였다. 김포교의 집 대문께서 왁자지껄 하는 소 리가 들리더니 누군가가 마구 대문을 두드렸다. 김포교가 뛰어나가 대문을 열어보니 교군꾼이 멘 가마 한 채가 놓여 있고 그 안에서 머리를 길게 땋아 느린 예쁜 색씨가 나오더 니 김포교 앞에 엎드려 흐느껴 울면서 호소하는 것이었다. "김포교나으리, 저는 수일후 처형 당하게 된 살범 변원식 의 정혼자입니다. 제 말씀 좀 들어주십시오" 변원식의 정혼자는 포청에서 내쫓기자 궁리 끝에 사건 당일 조사에 나섰던 김포교를 찾아 온 것이었다. "하여간 날도 추우니 방으로 들어오게." 김포교는 변원식의 정혼자를 방안으로 인도한 다음 그녀 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포청에서 충분히 심리를 한 끝에 결옥(決獄:결심판결)을 했는데 처형날짜를 며칠 앞두고 이제와서 억울하다고 포청 과 포교의 집을 찾아다니고 있으니 심히 괴이쩍구나!" "포교나으리. 변원식이는 변첨지의 양자가 아니라 친자 식입니다." "무어라? 친자식?" "사건이 일어났던 그날 밤, 변원식이는 마포 강에 사는 의부 박흥보의 집에서 잤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변원식은 사건 당일 잔 곳을 필사적으로 함구했단 말인가? "사람으로 태어나 어찌 자기를 낳아 준 친 아버지를 죽일 놈이 있겠습니까? 변원식은 의부 박흥보가 세상에 드러내 놓지 못할 일이 있어서 그날 밤 잔 곳을 말하지 못한 것입 니다." "세상에 드러내 놓지 못할 일이 무어란 말인가?" "모든 것은 변첨지 마누라의 투기 때문에 빚어진 사건이 었습니다" 김포교는 비로소 사건이 치정에 의한 살인이었음을 알고 그동안 김포교와 박포교의 수사가 전적으로 잘 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변원식의 정혼녀에 의하면 사건의 내막은 다음과 같았다. 변첨지의 마누라는 생산을 하지 못했다. 자식이 그리웠던 변첨지는 한 기생의 몸에서 아들 원식이를 얻었고 본처의 투기를 피해 마포에서 생선장수를 하는 박흥보란 사람에게 맡겨서 길렀다. 늘그막에 얻은 아들, 재물같은 건 아까울 게 없었다. 변첨지는 박흥보에게 아낌없이 재물을 주었고 졸 지에 살림이 넉넉해진 박흥보는 생업도 걷어친 채 못된 자 들과 어울려 노름판에 매달렸다. 그러던 중 어떤 사람과 싸움 끝에 뺨을 한 대 쳤는데 그 사람에게 살이 갔던지 시 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박흥보는 살인사건으로 비화되지 않을까 겁을 먹고 시골로 도망을 쳤다. 그동안에도 변첨지 의 마누라는 그의 조카에게 변첨지의 재산을 상속시키려고 변원식을 미워하다가 변첨지가 누구에겐가 살해되는 살인 사건이 발생하자 노골적으로 변원식을 진범인이라고 호소 했고 마침내 포청의 포교와 포졸을 의도적으로 변원식의 거처로 인도하여 변원식의 궤짝에서 범행에 사용된 식칼을 발견하게 하여 변원식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증거가 되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공교롭게도 사건 당일 전후에서 시골에 도망갔 던 의부 박흥보가 십년만에 서울에 돌아와 변원식과 은밀히 만나던 중 사건 당일에도 박흥보와 함께 잠을 잤는데 박흥 보에게 포청의 손길이 닿을까 겁이 나서 입을 다물고 있었 다는 것이다. "포교나으리. 사정이 이와 같습니다. 하늘이 내려다 보시 는데 어찌 털끝만치라도 거짓을 아뢰겠사옵니까? 제발 억 울한 사람 하나 살려 주십시오." 변원식의 정혼녀는 말을 마치고는 뜨거운 눈물을 철철 흘리며 울었다. "한데, 처자가 어떻게 그런 사정을 낱낱이 알아냈더란 말 이냐?" "포교나으리. 정혼자가 포청에 잡혀간 마당에 무슨 일인 들 못하겠사옵니까? 미친년처럼 동서남북을 헤매 다니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수소문하던 중 이종사촌 오라 버니가 되는 궁에 별감으로 있는 최준모란 사람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 오라버니께서 제 정상을 딱하게 생 각하시고 이것저것 살펴 주셨습니다. 오라버니댁은 우대 (인왕산 가까이에 있는 동네들)에 있습니다. 한번 불러서 자세히 물어 보시고 죄없는 사람 하나 살려주십시오." 김포교의 심사는 편안치 않았다. 아무리 자백이 유일한 증거가 되는 형옥사건이지만 변원식의 정혼자가 호소하는 내용 그대로 김포교나 박포교나 너무나 사건을 소홀히 다 룬 유감이 느껴졌다. "색씨의 이종사촌 오라버니라는 최별감이 나섰다면 비교 적 소상히 조사를 했겠지. 최별감의 조사가 정확했다면 큰 일 날뻔 했네. 하지만 날짜가 너무 촉박하네. 자, 나는 지금 본청으로 들어가서 결옥 서류를 살펴봐야겠으니 처자는 집 에 가 기다리게." 변원식의 정혼녀를 돌려보낸 김포교는 김포졸의 등을 밀 었다. "너는 오궁골에 가서 기생 계월이를 잡아 가지고 포청으 로 데려와!" "기생 계월이는 왜요?" "이런 멍추가 있나. 변첨지 마누라의 조카되는 최순재란 놈이 사건 당일 기생집에서 잤다는 소리 못들었어?" "차암!" "한달음에 달려가!" "네, 네." ~다음에 계속~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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