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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장(刑場)에 핀 꽃 ③

eorks 2019. 10. 25. 12:17
野談 ♡ 野史 ♡ 說話

형장(刑場)에 핀 꽃 ③
    3. 과연 김완식 포교의 예상대로 박창호 포교는 넋이 나간 듯 멀뚱거리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변부자네 집은 주인 변첨지의 변 사소식이 알려지자 집 안팎이 발칵 뒤집혀서 사람들이 바 글바글 들끓어 용의자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김완식 포교가 박창호 포교를 따로 만나 초동수사 경위 를 청취했다. 박창호 포교가 말하는 초동수사 경위는 다음과 같았다. 변첨지는 장안에서도 첫째 둘째 가는 부자라는 것, 집안 에서 일보는 사람만 해도 살림 맡아보는 사람, 서사, 잔심 부름꾼, 하인배 등 수십 명에 이르고, 조석으로 드나드는 사람만도 수십 명이라고 했다. 그래도 명색 좌포청의 포교 였다. 얼추 윤곽은 파악하고 있었다. "상좌님께서 와 주시니 백만 대군을 만난 듯 반갑습니다. 제가 파악한 내용을 간추려 말씀드리겠습니다. 용의자는 두 사람으로 한 사람은 변첨지가 자식이 없어서 수양아들 로 삼고 있는 원식이란 자와 또 한사람은 변첨지의 처조카 되는 최순재란 자입니다. 첫째 용의자 원식이는 요즘 어쩐 일인지 변부자가 미워해 벌써부터 장가를 들이려고 혼처까 지 정해놓았지만 이때까지 장가도 들이지 않았고, 반대로 변부자는 처조카 최순재란 자를 매우 사랑했던 모양입니다. 또한 이 집은 현금이라고는 한 푼도 없이 각 전방에 맡기고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가져다 쓰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변첨지의 성격이 원만해서 평소 원한을 품은 자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원한도 아니고 재물도 아니라면 살 인 동기를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범행동기를 치정 에 두어야 하는데 평소 좋아하는 기생이 있다는 얘기는 있 었지만 드러내 놓고 기생집 출입은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데 피살자의 시체를 보니 가슴께에 흉기를 사용한 흔적 이 보이더군요. 하지만 흉기는 찾을 길이 없었습니다. 상 좌님, 묘안이 있으시면 좀 일러주십시요." 소장포교 박창호의 협력 요청에 김완식 포교는 고개를 끄덕이며 협조 수락의 의사를 표시했다. "박포교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소관이 한번 조사해 보지 요." 아무리 젊었어도 동관인데 반말이나 하대를 할 수는 없 었다. 김완식 포교는 변부자네 집에서 선대부터 일을 보아온 김외장이라고 부르는 늙은이를 별실로 불렀다. "영감의 생각을 알고 싶어 불렀소이다. 변첨지가 죽어서 제일 수가 나는 자가 누구겠소? 수양아들 원식이요? 아니 면 처조카 최순재요?" 김외장 노인은 정신이 나간 듯 멍하니 앉았더니 휴우 하 고 한숨을 내쉬며 말문을 열었다. "이 댁에 이런 변괴가 생기고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 다. 하늘이 명명하게 내려다 보시니 죄지은 놈은 저절로 나 타날 것입니다." 횡설수설 하는 김외장을 내보내고 뒤이어 수양아들이라 는 원식을 불러들였다. 첫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사람됨이 온순했다. 성품이 나 약한 탓인지 말끝마다 눈물을 흘렸다. 그런 위인인데 수양 아비의 가슴에 칼을 박는 그런 참혹한 짓을 했을 것같지 않았다. 그런데 변첨지가 변을 당하던 날, 원식은 집에 없 었다는 것이었다. 의혹의 먹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그러나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입을 꾹 다문 채 원식은 한마 디도 말을 하지 않았다. 시체말로 묵비권의 행사였다. 그 러나 조선왕조시대에 묵비권이 용납될 리 없었다. 집안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원식의 알리바이는 아무도 입 증을 하지 못했다. 다음으로 김완식 포교 앞에 불려온 것은 처조카라는 최 순재였다. 최순재는 변원식과 달리 대답도 잘하고 똑똑한 편이었다. 그리고 묻지도 않았는데 사건 당일 밤에는 오궁 골 어떤 기생집에서 잤다는 말을 하며 짐짓 부끄러운 태도 를 보이는 것이었다. 기생이라면 풍속사범의 대상으로 포도청 소관이었다. 김완식 포교는 즉시 이차돌 포졸을 오궁골 기생집으로 보내 최순재의 진술 내용을 확인하도록 했다. 최순재가 말 하는 기생 계월의 진술에 의하면 최순재가 초저녁에 왔다 갔는데 어느 때 갔는지는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차돌 포 졸이 거짓말을 하면 치도곤을 당한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계월의 말은 요지부동이었다. 김완식 포교는 변원식과 최순재가 쓰는 궤짝을 조사해 보았다. 변원식이 쓰는 궤짝에서 날이 시퍼런 칼 한 나루가 발견되었고, 최순재의 궤짝에서는 이렇다 할 만한 물건이 나오지 않았다. 드디어 흉기가 발견된 것이었다. 김완식 포교는 변원식을 존속살인의 범인으로 확정했다. 김포교와 박포교가 만나 숙의를 거듭했다. "변원식이가 사용하는 궤짝에서 흉기가 발견되었으니 일 단 변원식이 놈을 진범인으로 보 아야겠습니다. 박포교 께서 변원식을 포청으로 데려가서 본격적으로 심문을 해가 지고 결 말을 짓는 게 좋겠소이다." "예, 제 생각도 그럴 상 싶습니다. 상좌님 생각에 따르겠 습니다." 이리하여 진범인 변원식은 포졸에게 이끌려 포도청으로 압송되었고 김포교와 박포교는 종로 뒷골목에 있는 목로 주점으로 가서 술 한잔씩을 나누고는 헤어졌다. ~다음에 계속~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