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난해 속옷은 아예 입지도 못한 채[<김형태의 노변한담> 공평무사(公平無私)]
과연 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내 이웃을 내
부모처럼 공경하며 모실 수 있을까. 사람이 저울의 중심
추처럼 완전 중립 지점에 서 있을 수는 없다. 관계없는 사
람을 평가할 때는 냉정한 결론을 생각하다가도 그 대상이
부모 형제이거나 지연, 학연 등 관련인 이라면 변호할 이
유를 찾거나 최대한 용납해주는 쪽으로 서게 된다.
같은 사람이라도 딸네 집에 가서 사위의 처신을 보는 것과
며느리 집에 가서 아들의 처신을 보는 것에는 똑같은 잣대
를 적용하지는 않는다. 한 쪽에는 변호사 입장에서 또 다른
쪽은 검사 입장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다음과 같은 경우를 보면 이런 현상 즉 아전인수(我
田引水) 격의 상황이 흔히 있음을 알 수 있다.
①남의 딸에게 애인이 많으면 행실이 가벼워서고, 내 딸이
애인이 많으면 인기가 좋아서다.
②남이 학교를 자주 찾는 것은 치맛바람 때문이고, 내가
학교를 자주 찾는 것은 높은 교육열 때문이다.
③며느리에게는 “시집왔으니 응당 이 집 풍속을 따라야한
다”고, 딸에게는 “시집가더라도 자기 소신을 가져야한
다”고 가르친다.
④며느리가 친정 부모한테 주는 용돈은 남편 몰래 빼돌린
것이고, 내 딸이 친정 부모한테 용돈을 주는 것은 길러
준데 대한 보답이다.
⑤며느리는 남편에게 쥐어 살아야 하고, 내 딸은 남편을
휘어잡아야 한다.
⑥남의 아들이 웅변대회에서 상을 받으면 누구에게나 주
는 상을 어쩌다 받은 것이고, 내 아들이 웅변대회에 나
가서 상을 받으면 실력이 뛰어나 받은 것이다.
⑦남이 자식을 관대하게 키우면 문제아를 만드는 것이고,
내가 자식을 관대하게 키우면 용기를 살려주는 것이다.
⑧남의 자식이 어른한테 대드는 것은 버릇없이 키운 탓이
고, 내 자식이 어른한테 대드는 것은 자기주장이 뚜렷해
서다.
⑨며느리가 부부싸움을 하면 “여자가 참아야한다”라고 말
하고, 딸이 부부싸움을 하면 “아무리 남편이라도 따질
건 따져야한다”고 말한다.
⑩남이 내 아이를 나무라는 것은 이성을 잃은 행동이고,
내가 남의 아이를 꾸짖는 것은 어른 된 도리로 타이르는
것이다.
⑪남의 아이가 대학 입시에 낙방하면 실력이 없으니 당연
한 일이고, 우리 집 아이가 대학 입시에 낙방하면 경쟁
률이 워낙 치열했기 때문이다.
⑫내 아이가 어디 가서 맞고 오면 쫓아가서 때린 아이를
혼내주고, 내 아이가 어디 가서 때리고 오면 아이들의
싸움이라고 접어둔다.
⑬남의 아이가 눈치 빠르면 약삭빨라서고, 내 아이가 눈치
빠르면 영리하기 때문이다.
⑭사위가 처가에 자주 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내 아들이
처가에 자주 가는 것은 줏대가 없어서 그런 것이다.
⑮남의 딸이 말이 많으면 수다스러운 것이고, 내 딸이 말이
많으면 붙임성 있기 때문이다.
남이 아이를 셋 낳으면 무식한 것이고, 내가 아이를 셋 두면
다복한 것이다.
아담 스미스가 쓴 <국부론>에는 이 세상 모든 일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밭고랑과 이랑이 서로 낮추고, 높여
평평하게 되듯 조정된다고 했다.
또 “뿔 가진 놈은 이빨이 없다(角者無齒)”란 속담도 있다.
옛날 중국 사람들이 가르쳐 준 지혜가 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돈(재산), 권세, 명예를 갖고 싶어 한단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어떤 이가 돈을 얻었으면 권세와 명예는 탐내
지 말고, 혹 권세를 얻었으면 돈과 명예를 포기하며 명예를
갖게 됐으면 돈과 권세를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이 이 셋을 모두 갖는다면 분명 어떤
사람은 셋 중 하나도 갖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공평하고,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옛날 어떤 왕이 중병에 걸려 백약이 무효라 전전긍긍 하니
까 전국의 명의가 모두 동원됐지만 치료하지는 못했다. 그
때 시골의 무명 의원이 뒤늦게 와서 회복 비방을 한 가지
일러 주었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근심, 걱정, 우수(憂愁),
사려(思慮)가 없는 이의 속옷을 구해다 입히면 나을 것이
라는 처방이었다.
전국을 두루 찾아도 그런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건강,
재물, 인간관계 등 어떤 걱정거리든 한두 개는 다 갖고 있
었다.
그때 벽촌 시골의 면사무소 직원이 깊은 산속 외딴집 처마
밑에서 소나기를 피하던 중 집안의 웃음소리가 너무 명랑
해 혹시나 하고 근심, 걱정이 없는가 물었더니 아무 걱정도
없으며 항상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자초지종을 고하고 속
옷을 얻자 하니 그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어쩌나, 우리 집은 너무 가난해 속옷은 아예 입지도 못한
채 사는데…”라고 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 국민의 행복지수가 세
계 1-2위를 차지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북한의 한
연구조사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1위는 중국,
2위는 북한인데 반해 한국은 152위로 세계에서 가장 불쌍
한 나라 중 하나라고 선전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길 가의
돌멩이가 웃을 일이다. 오늘 우리들도 조용히 앉아 이 세상
이 과연 공평하고 무사(無私)한가 철저히 점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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