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談.野史.說話

계영배(戒盈杯) ①

eorks 2019. 10. 20. 02:28
野談 ♡ 野史 ♡ 說話

계영배(戒盈杯) ①
    1. 조선 말엽 정조대왕 때인 을묘년 3월 열이렛날, 평안도 의주 땅에 사는 거상 임상옥(林尙沃)의 저택에서는 고관대 작이 모여 성대한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임상옥의 회갑 연이었다. 귀빈들만 해도 평안감사, 병사, 군수들이 초대되었고 서 울을 비롯하여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같은 먼 곳에서도 귀빈들이 모여들었다. 정조 3년(1779) 12월 10일 평안도 의주에서 출생한 임상 옥, 그는 18세때부터 상업에 나서서 온갖 고생을 거듭한 끝 에 국제무역상으로 대성한다. 그가 어느 정도의 거부였는가를 아는데 좋은 자료가 있다. 그의 문집인 가포집에 의하면 그가 38세 되던 해에 백마산 성 서쪽 삼봉산 밑에 선영을 옮겨 모시고 그 이듬해에 선영 밑에다 수백간의 집을 짓고 살았는데 의주부윤 등 일행 7백 명이 찾아갔을 때 한꺼번에 음식과 요리를 제공했다는 것이 다. 관원을 대접하는 주부식이며 그 주부식과 요리를 담을 그릇들의 어마어마함을 족히 알만하지 않은가. 그런 임상옥의 회갑잔치이니 그 호화찬란함이야 말해 무 엇하랴. 역시 청나라를 상대로 국제무역을 하던 부친을 일찍 여위 고 홀로 남은 어머니에 대한 임상옥의 효성은 지극했다. 임상옥은 그 어머니의 마음을 기쁘게 해 드리려고 어린애 돌 때 입는 색동옷을 입고 복건을 쓰고는 어머니 앞에 잔을 올렸다. 그 옆에는 아리따운 기생들이 헌수하는 노래가 곁 들여졌다. "어머님, 소년 과수의 외로운 몸으로 이 불초 자식을 기르 시느라고 애 많이 쓰셨습니다. 모쪼록 여년을 즐겁게 만수 무강하십시오." 임상옥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술잔을 받는 자당의 눈에서도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윽고 사랑으로 나간 임상옥은 집사를 불러 한양에서 가져온 물건을 대령하라고 명했다. 곧 집사가 작은 오동나무 상자를 임상옥 앞에 대령했다. 임상옥이 상자에서 꺼낸 것은 아주 작은 술잔이었다. 임상옥은 술잔을 평안감사에게 올렸다. "명기(名器)라 하여 한양에서 가져온 술잔입니다. 한잔 드시지요!" 기생들의 권주가가 울려나오고 임상옥은 그 술잔에 술을 따랐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평안감사가 놀랍다는 듯이 술잔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보시오. 임곽산 영감. 영감이 따룬 술이 다 없어졌소." 54세 때 곽산현감(郭山縣監)을 역임했고 55세 때에는 구 성부사(龜城府使)를 역임했기 때문에 빈객들은 임상옥을 영감이라고 불렀다. "아니, 술이 다 없어지다니요?" 과연 술잔에는 술이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변이 었다. 하지만 임상옥은 침착하게 말했다. "제가 술을 잘못 따룬 것같습니다." 임상옥이 재차 술을 따랐다. "어허, 술이 또 없어졌구려" 그랬다. 분명히 술잔에 가득 따루었는데 감쪽같이 없어진 것이었다. 그렇게 대여섯번을 되풀이 했는데 번번이 술을 없어지고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술잔을 내오게 해서 술을 따루니 이번 에는 잔에 술이 철철 넘쳤다. 그렇게 해서 이날의 잔치는 무사히 넘겼다. 며칠 후, 임상옥은 문득 생각이 나서 한양에서 가져왔던 그 희안한 술잔을 가져오게 해서 실험을 해 보았다. 물을 한잔 가득 부었다. 역시 물은 한 방울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 "고 술잔, 못쓰겠다. 무슨 요기가 뻣쳤지 이럴 수가 있나. 이런 것이 집안에 있으면 어떤 괴변이 생길지 모르니 없애 버려야 해!" 임상옥은 옆에 있던 목침을 집어들고는 술잔을 힘껏 내리 쳤다. 쨍그렁! 두 조각이 났다. 그런데 깨어진 술잔에 촛불 이 어리더니 무슨 글자 같은 것이 보였다. "계영기원 여이동사(戒盈祈願與爾同死)" (가득 차게 따라 먹지 말게 하고, 너와 같이 죽기를 원한다) 임상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 술을 가득 따르지 말라. 그렇다면 내가 잘못 했구나. 조금씩 따라 마실 걸. 이제 잔이 깨어졌으니 방법이 없네. 다음 순간 임상옥은 깨어진 다른 쪽 조각을 집어서 들여 다보았다. 다음과 같은 글자가 깨알같이 새겨져 있었다. ― 을묘 4월 8일 분원(汾院) 우명옥(禹明玉). ― 그러고보니 오늘이 바루 4월 8일, 이 잔을 만든 자는 내가 이 술잔을 깨뜨릴 것을 알고 있었어. 희한한 일이었다. 임상옥은 그 이튿날 일찍 하인들과 함께 길을 떠났다. 우명옥이란 사람을 만나면 술잔에 새겨진 글의 내막을 알 수 있을 것같아서였다. 여러 날 만에 임상옥 일행은 광주 분원에 당도했다. 우명 옥의 집은 분원 근처 산밑에 있는 다 무너져가는 초가집이 었다. 그때 언덕 위에서 나이 70여세 되어 보이는 늙은이가 지팡이를 짚고 마주 내려오며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 람인양 반가이 맞았다. "아유 의주 임곽산 영감께서 오셨습니다그려. 어서 오십 시오." 노인의 집으로 간 임상옥은 수인사를 마쳤다. "나는 보신대로 임상옥이외다마는 영감께서 우선생이시 오?" "아니요. 나는 성이 지가올시다. 명옥이는 내 제자지요. 십여일 전 바로 4월 8일날 저녁 술시쯤 한많은 이 세상을 떠났지요. 그때 명옥이가 유언을 남겼는데 임영감께서 오 실 것이라는 것과 초종 범절을 이러 주실 것이라 하여 시 체를 감장도 않고 영감 오시기만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습 니다." 임상옥은 지노인의 말을 듣고 즉시 우명옥의 시체를 거 두어 후하게 장사를 지낸 뒤 지노인의 집에서 2∼3일 묵으 면서 우명옥이 술잔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술잔이라면… 아 그거 계영배(戒盈杯)올시다. 하지만 임영감께서 깨버리셨다니 계영배를 다시 볼 수 없는 것이 한이 올시다." 이로부터 지노인은 계영배에 얽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다음에 계속~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