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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소, 용소라고 있나요?”

eorks 2019. 10. 18. 01:08
野談 ♡ 野史 ♡ 說話

“용소, 용소라고 있나요?”
    『장군바위와 용발태죽 순천설화 / 설화 』 순천 월등면 계월리 이문마을은 뒤로는 국사봉이 감싸고 있고 앞으로는 계월천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마을 이다. 이 마을에는 아주 오래 전 이 마을에 들렀다는 한 장군과 용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옛날 이 마을에 연희라는 아가씨가 살고 있었다. 연희는 동갑내기 동네 총각 현수와 남 몰래 사랑을 속삭이는 사이 였다.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데다가 서로가 착하디착한 성 격인지라 남매처럼 의지하는 사이여서, 어찌 보면 연정이 라기보다는 애틋함이 더 큰 사이였다. 동네 사람들도 그런 연희와 현수를 연인 관계라기보다는 친남매처럼 바라보았 다. 두 사람은 거의 매일 붙어 지내다시피 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처음 보는 사내가 마을로 찾아들었다. 한 눈에 보아도 무사였다. 칼을 차고 있어서가 아니라 풍 기는 것 자체가 예사 사람이 아니었다. 감히 말을 붙이기가 힘들 정도로 범상치 않아서 누구도 사내의 내력을 알지 못 하였다. 그런데 잠시 들른 줄 알았던 무사가 며칠을 머물면 서 먹을거리를 구하느라 방앗간 배씨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이때다 싶어 배씨가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물었지만 건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어느 날 계월천에서 연희가 빨래를 하고 있는데 인기척이 났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래쪽 널찍한 바위 위에서 무사가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칼춤을 추는 것처럼 연신 칼을 휘 둘러 대는데 칼이 지나가는 사이사이로 햇살이 쪼개지는 것 같았다.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무사가 이쪽을 쳐다보는 것 같 아서 연희는 얼른 고개를 숙여 빨래를 하였다. 그런데 갑자 기 무사가 큰 소리로 말을 걸었다. “이봐요, 아가씨. 혹시 이 근처에 용소라는 곳이 있나요?” 몰래 쳐다보다 들킨 것처럼 화들짝 놀란 연희가 말도 못하 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무사가 다가왔다. 엉거주춤 일어 서다 무사와 눈이 마주친 연희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무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 가슴 속에 파도처럼 일었고, 숨이 탁 막힌 것 같았다. 갑자기 말을 잊은 것처럼 멍하니 있던 무사가 그때서야 생 각이 난 듯 다시 물었다. “용소, 용소라고 있나요?” 그러자 연희가 고개를 들어 무사를 보더니 부끄러운 듯 다 시 고개를 숙이고는 드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였 다. “용소라면, 저기 저 계곡 위로 한참을 가야 하는데...” 연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던 무사가 다시 연희를 쳐다보더니 물었다. “최근 용소에 가본 적이 있나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았는데 요즘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져서...” 그런 연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무사가 무슨 일인지 빙그레 웃더니 다시 물었다. “용소에 볼 일이 있어서 그런데 내일 다시 만나 용소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주실 수 있겠소, 낭자?” 다음날부터 무사와 연희는 계월천 너럭바위에서 만나 별의 별 이야기를 다 나누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할까 싶을 정도로 소소한 이야기까지 서로가 다 끄집어내 었다. 무사는 장군이었다. 주암 출신이었는데, 변방에서 오랑캐와 싸우기를 십여 년, 잠시 짬을 내어 고향에 돌아와 보니 부모님을 비롯하여 일가족이 변을 당하였다 한다. 그래서 용하다는 무당을 불러 알아보니 계월천 용소에 사는 이무기의 조화라는 것이다. 용소에 살던 용이 승천하려다, 마침 아들을 위해 기도하던 무사의 부모 때문에 실패하여 이무기가 되었다. 그 이무기가 무사의 가족에게 복수를 한 것이다. 그래서 무사 역시 관직도 내던진 채 이무기를 잡으 러 이 마을에 왔다고 한다. 그런데 연희가 거의 날마다 무사와 몰래 만나는 것을 현수 가 눈치 챘다. 하지만 연희를 향한 애틋함이 너무나 강했던 지라 꾹 참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참지 못한 현수가 어 느 날 연희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요즘 바쁜가 봐?” 갑작스런 현수의 질문에 연희가 둘러댔다. “응, 아버지 회갑이 다가와서 옷을 좀 만드느라고...” 그런 연희를 보며 현수는 낙담하였지만 그래도 내색을 하 지는 않았다. 한편, 연희가 알려 준 용소 근처에서 잠복을 하고 있던 무 사는 아무리 기다려도 이무기가 나타날 기미가 없자 다시 연희를 찾았다. 그리고는 용소가 정말 맞는지 확인하고자 같이 계곡을 올라갔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현수가 두 사람을 몰래 뒤따라갔다. 그런데 용소 근처에서 연희가 갑 자기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자 무사가 연희를 잡는다는 것 이 그만 껴안는 꼴이 되고 말았다. 현수는 그 자리에서 꼼 짝도 못한 채 눈을 감고 말았다. 하지만 잠시 후 다시 두 사람을 뒤따르기 시작했다. 연희와 무사가 드디어 용소에 이르렀다. “저기가 용소...” 연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무사가 날쌔게 몸을 날려 연희 를 감싸 안고는 바위틈으로 몸을 숨겼다. 멀리서 그 광경을 목격한 현수는 무사와 연희가 몸을 섞는 것으로 알고는 그 길로 계곡을 내려와 마을 서편 개울가에 있는 깊은 물에 몸을 던지고 말았다. 갑작스런 무사의 행동에 놀랐지만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연희가 나지막한 소리로 무사에게 물었다. “무슨 일...?” 무사가 황급히 연희의 입을 막았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크르렁’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이무기였다. 커다 란 이무기가 나타나 용소 전체를 휘감았다. 그러자 순식간 에 칼을 뽑아든 무사가 몸을 날려 이무기를 향하였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도 없 을 만큼 순식간에 무사가 이무기를 베었고, 이무기 역시 꼬리로 무사를 내쳤다. 그리고는 이무기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날다 떨어지는 것 같더니 다시 바위를 차고 멀리 날아가 버렸다. 이무기에게 치명상을 입은 무사는 연희의 품에서 그만 숨 을 거두고 말았다. 마을에 내려온 연희는 현수가 마을 앞 툼벙에 몸을 던진 사실을 알고 오열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마을 앞 툼벙에서는 그날 이후 가끔 귀신 소리가 들린다느니, 소 소리가 난다느니 하여 그때부터 마 을 앞 툼벙을 구신툼벙, 혹은 소소리툼벙이라 불렀다. 무사가 무술 연습을 하였던 계월천 너럭바위는 장군바위라 부르고, 용소 위 이무기가 도망치다 남겼다는 발자국은 용 발태죽이라 부른다. 허석 / 한국설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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