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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니 호랑이의 주검 앞에서 통곡을 ②

eorks 2019. 10. 16.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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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니 호랑이의 주검 앞에서 통곡을 ②
    『문주역과 호랑이 굴 여수설화 / 설화 』 그러던 어느 날 밤, 아내가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는 남편 이 몰래 밖으로 나갔다. 잠든 척 하고 있던 아내가 몰래 따 라 나가보니 남편이 주역 책을 꺼내 뭐라고 주문을 외우더 니 놀랍게도 호랑이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방으로 돌아온 아내가 밤새 전전긍긍하고 있는 데 새벽이 다 되어서야 남편이 기진맥진하여 돌아오더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자리에 누웠다. 그런 일이 거의 매일 반복되자 아내는 점차 약이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어느 날 밤 남편이 어김없이 호랑이로 둔갑을 하고 나가자마자 아내는 주역 책을 불태워 버렸다. 그런 줄도 모르고 새벽녘에 돌아온 남편이 다시 사람으로 되기 위해 책을 찾았으나 아무리 찾아보아도 책이 없었다. 남편이 당황하여 이리저리 책을 찾는 도중 그만 날이 새고 말았다. 그리하여 깊은 한숨을 뒤로 한 채 호랑이로 둔갑한 남편은 제석산으로 올라가 그곳에 동굴을 판 후 평생을 후 회하며 살았다. 비록 둔갑술에 빠져 지내는 남편이 밉기는 하였지만 자신 때문에 호랑이로 변해버린 남편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졸 지에 아빠를 잃어버린 가람이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아내 역시 후회와 탄식 속에 살았다. 그런 연유로 호랑이는 아내와 아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가끔씩 짐승을 물어다가 주었다. 그러나 아내가 노려보면 꼼짝없이 꼬리를 내리고 제석산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어머니한테 호랑이가 된 아버지 이야기를 들은 가람이는 어머니 몰래 제석산으로 올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제석산 중턱에 굴이 하나 있었다. 그곳에 지난번에 본 호랑이가 있었다. 가람이가 다가오는 것을 본 호랑이가 반갑게 다가 오더니 가람이를 끌어안았다. 그날 이후 가람이는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주역을 공부 하였다. 아버지를 되돌릴 방법은 주역밖에 없다고 생각했 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역이라면 지긋지긋하다는 어머니 몰래 공부를 하자니 만만치가 않았다. 그렇게 10년을 공부하니 가람이 역시 둔갑술을 익히게 되 었다. 가람이는 공부를 하는 틈틈이 제석산에 올라 간단한 둔갑술을 호랑이한테 보여주었다. 그런 가람이를 바라보는 호랑이의 눈빛은 복잡 미묘하였다. 다시 10년을 공부하니 가람이는 예전 아버지 수준의 둔갑 술이 가능하였다. 가람이 역시 호랑이로 둔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머니, 이제 되었어요. 이제 아버지를 다시 되돌릴 수 있 어요!” 난데없이 아들이 아버지를 되돌릴 수 있다고 하자 가람이 어머니는 깜짝 놀랐다. 남편을 되돌릴 수 있다는 생각보다 는 아들 역시 아버지처럼 주역 책을 보며 둔갑술을 공부했 다는 사실이 끔찍하였던 것이다. “아니, 이놈아, 그 동안 주역을 공부했단 말이냐?”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러자 남편을 되돌릴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도대체 어떻게 되돌린단 말이니?” “제가 둔갑을 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도 변하게 할 수 있 거든요.” 그러더니 아들은 어머니께 자신의 둔갑술을 보여주기 위해 마당 한 구석을 살폈다. 마침 수탉 한 마리가 다가왔다. 아들이 뭐라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수탉이 갑자기 강아지 로 바뀌었다. 다시 주문을 외우자 강아지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가람이의 둔갑술 실력을 본 어머니는 가람이와 함께 서둘 러 제석산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이미 호랑이는 숨을 거두 고 말았다. 아버지, 아니 호랑이의 주검 앞에서 통곡을 한 가람이 모자는 호랑이를 장사지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가람이는 곧바로 주역 책을 불사르고 어머니와 함 께 평범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허석 / 한국설화연구소 소장 (※ 이 설화는 여수문화원장을 지낸 故 문정인 선생님이 채록한 내용에서 기본 뼈대를 삼았음을 밝힙니다.)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