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

혈 론

eorks 2023. 2. 15. 17:17

풍수지리(風水地理)

혈 론
거북아, 머리를 내 놓아라
소나무 아래에서 동자(童子)에게 물으니,
스승은 약초를 캐러 갔다고 하네
분명 이 산 속에 있을 터인데
구름이 하도 깊어 있는 곳을 모르겠네

松下問童子 言師採藥去
只在此山中 雲深不知處

세상을 벗어나 깨끗하게 살아가는 은자(隱者)를 만나러 갔더니, 약초를 캐러 산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듣고 허탈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명당을 찾겠다고 산을 올라서도 마찬가지이다. 형상론에서 설명하는 명당은 산 속 어디에도 없다.

풍수에서는 생기가 응집된 곳을 명당(明堂), 혈장(穴場), 혈(穴), 진혈(眞穴) 등으로 나누어 부르는데 혼동을 해서는 안된다.

혈장이란 시신이 묻히는 공간을 말하며, 명당은 혈장을 포함한 주변의 평평한 땅을 뜻한다. 보통 내룡의 끝 부분에 위치하며 명당 외의 땅보다 약간 도톰하고 후덕한 모습이다. 혈은 혈장과 같은 개념으로 태양 광선이 볼록렌즈를 통해 한 점에 모이 듯이 생기가 최대한 응집된 공간이며, 진혈이란 생기가 응집된 곳임을 확증한다는 말의 표현이다.

생기가 응집된 혈을 찾는 방법은 풍수론에 따라 설명이 다르다. 형상론은 진혈임을 증명하는 4가지 요소가 모두 확연히 드러난 곳이라야 명당으로 처 준다. 만약 한가지라도 갖추지 못했다면 후손이 화를 당한다며 경고한다.

첫째는 입수(入首)를 본다. 내룡의 생기를 최종적으로 잘 가다듬어 응축시켰다가 혈로 전달해주는 통로가 입수인데, 일반적으로 두뇌(頭腦)라고 한다. 입수가 잘 발달하면 후손이 건강하고 명예가 따른다고 한다.

둘째는 혈의 좌우에 날개처럼 붙어서 생기를 지탱해주고 아울러 생기가 응집되도록 도와주는 땅 모양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선익(蟬翼)이라 한다. 좌측에 있는 선익을 청룡선익(靑龍蟬翼), 우측의 선익을 백호선익(白虎蟬翼)이라 부르며 좌우에서 혈장을 감싼 형상을 본다.

셋째는 혈장의 앞쪽으로 나온 전순(氈脣)으로 생기의 여운이 표출된 부분이다. 혈장의 기를 터받쳐 주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전순은 사람의 턱처럼 후덕하고 원만해야 좋다고 친다.

넷째는 혈장을 덮고 있는 흙(穴土)인데, 비옥하고 생기가 있어 보여야 좋다고 한다.

그러나 형상론은 이상의 네가지 조건이 모두 갖추어졌다고 명당이라 보지 않는다. 주산에서 혈장으로 이어지는 입수의 모양새도 까다롭게 따진다. 그 모양이 반드시 부모(父母)→태(胎)→식(息)→잉(孕)→육(育)의 형상이어야 명당의 증거가 된다는 것이다.

부모는 주산에서 내려온 산줄기가 약간 도톰한 곳이고, 태는 용맥이 아래로 뚝 떨어진 곳이고, 식은 학의 다리처럼 잘록하게 들어간 곳이고, 잉은 다시 살짝 솟아오른 부분이고, 육은 바로 시신을 하관하는 혈장을 가리킨다. 즉 주산에서 혈장에 이르는 산세의 모양도 부분마다 까다롭게 따져 명당의 조건을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형상론은 풍수 현장의 조건을 무시하고 너무 이론에만 치우친 경향이 있다. 실제로 산에 올라 보면 주산에서 혈장에 이르는 산줄기에서 명당의 증거가 되는 여러 조건들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무며 풀이 무성하게 자라났으니 어디가 부모이고, 태이고, 잉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가 없다. 또 혈장도 어디가 입수이고, 선익이고, 전순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상론에서는 위의 조건 중에서 하나라도 부족하면 후손이 큰 재앙을 당한다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이 정도에서 끝나지 않고 형상론은 혈장의 모양까지도 이모저모를 따진다. 진혈은 거북이 등처럼 약간 도톰하거나 혹은 반대로 약간 오목하게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이를 와혈(窩穴), 겸혈(鉗穴), 유혈(乳穴), 돌혈(突穴)로 구분하여 설명하는데 꼭 그런 모양이 되어야 한다고 단정내린다.

하지만 그 역시 산에서는 찾기가 어렵다. 산 속에는 비슷비슷한 모양새의 땅들이 곳곳에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과연 이론에 꼭 맞는 것인지도 확증이 안된다. 산에 올라 형상론에 꼭 맞는 혈을 찾기란 불가능하며 욕심을 내다보면 곧 장님이 되어 버린다. 책에서는 꼭 이렇게 저렇게 생겨야 진혈이라 하는데, 산에는 그런 곳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혈장의 좌우에서 혈장을 감싸안은 부분이 선익인데, 그 모양이 마치 매미나 제비의 날개를 닮아서 붙인 이름이다. 선익은 혈에 응축된 생기를 보호하고 혈장에 에너지를 계속하여 공급하는데 주로 단단한 돌이나 바위 덩어리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산을 내집처럼 드나드는 등산 애호가라도 흙과 수풀로 덮혀있는 선익을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명풍수들의 좋은 이론들만 뽑아서 형상론의 골격을 세웠으니 현장이 무시된 형이상학적 이론일 수 밖에 없다.

얼마나 형상론으로 혈을 잡기가 어려웠으면 주변의 산세를 보고 진혈의 위치를 판단하는 방법까지 나왔겠는가. 꼭 이렇게 저렇게 생긴 모양새가 있어야 혈이 됨은 틀림없으나, 현장에서는 찾기 어려우니 주변의 산세를 어림잡아 혈을 잡으라는 주장이다.

〈용에 혈이 있으나 찾기 어려우니, 오직 조산(朝山)을 살펴서 조산이 높으면 혈을 높은 곳에 정하고, 낮으면 낮은 곳에 혈을 정하라.〉

그토록 깐깐하게 진혈의 조건을 따지던 형상론의 말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 이 정도면 앞의 이론적 배경이 너무 심하게 망가진 것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형상론에 꼭 맞는 진혈을 산에서 찾기는 어려우니, 다만 그렇게 생긴 곳을 진혈이라 한다는 이론 정도만 기억하면 좋을 것이다.

진혈에 대한 문제는 형국론에서 더욱 심각하다. 형국론자들은 명당의 땅일수록 물형(物形)으로 정확히 나타나고 물형이 없다면 명당이 아니니, 해로울 것도 이익이 될 것도 없는(無害無得) 땅이라고 주장한다.

“형국론은 기본적으로 형세론과 맥을 같이 하면서 산을 생물체로 보면 자연히 산의 모양이 어떤 물체의 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 물형 중에서 핵심이 되는 지점인 혈을 찾는 방법이기 때문에 오차가 없다.”

하지만 현장에서 물형의 핵심을 이루는 혈을 두고 사람마다 해석이 주관적이다. 산천 형세를 사람이나 동물에 비유하다 보니 술사(術士)에 따라 풍수의 신비적 요소만이 강조한다. 갈마음수형의 형국에서 어떤 사람은 혈이 입 부분에 있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생식기 부분 혹은 등에 난 갈기 부분에 있다고까지 말한다.

물론 왜 그곳에 생기가 응집되었는지도 아주 동물적으로 설명한다. 목이 마르니 입으로 물을 마셔야 하고, 새끼를 나야하니 생식기가 중요하고, 폼이 중요하니 갈기가 멋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진짜 혈은 어디에 있는가?

자연이 아닌 사람의 주관으로 선택된 혈은 크게 믿을 바가 못된다. 그래서 일부 학자는 풍수학은 역사학, 지리학, 윤리학을 위시하여 모든 학문 활동과 정면으로 배치되며 결코 현대 사회에서 용납할 성질의 것이 못되는 잡술이다라고 말했다.

〈풍수가 사회적 관심이 된 것은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권력과 부를 축적한 자들이 그들의 심리적 불안을 달래기 위해 그러한 신비적 요소에 기대하게 하는 데서 말미암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지만 사람다운 삶을 지향하는 풍수는 언어적 형태나 실험적 방법으로 자연의 이치를 좀더 객관화한다면 무쇠처럼 차가운 서구과학보다는 분명 더 따뜻하고 정겨운 구석이 있음도 알아야 한다.

......^^백두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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