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

한반도 물길, 대운하보다 'ㄴ'자형 방조제 바람직(2)

eorks 2023. 3. 29. 10:36

풍수지리(風水地理)

한반도 물길, 대운하보다 'ㄴ'자형 방조제 바람직(2)
우리나라는 총 강우량의 26%만 이용하는데 그치고 있다. 그 중 31%의 물은 그대로 바다로 유실되고 만다. 한반도 지세(地勢)가 대륙성 산맥을 골격으로 하는 가파른 동고서저(東高西低)의 경동지괴(傾動地塊)이기 때문에 비가 온 뒤 약 3일이면 서해 또는 남해로 물이 빠져나가 버린다. 강물이 내륙에 오래 담겨 있어야 기(氣)가 축양되는데, 기를 흡수할 여유도 없이 그만 설사를 하는 형국이다.

예로부터 ‘강물이 길어야 유장(悠長)한 인물이 나온다’ 했다. 강의 길이가 짧은데다 더욱이 강물이 설사하듯 급히 바다로 빠져나가 버리는 까닭에 세계를 호령하는 걸출한 인물이 나오기 어렵다. 설사 나오더라도 단명하고 만다. 게다가 우리나라 강물은 발원지가 모두 다르고, 흘러나가는 방향이 산산이 흩어진다는 안타까운 약점이 있다.

‘같은 물을 먹으면 생각이 같고, 다른 물을 먹으면 생각도 달라진다(同水同想 異水異想)’는 말이 있다. 옛날에는 같은 우물을 먹었기에 한 동네 사람은 문화도 같고 정서도 같았다. 같은 물을 먹어야 피를 나눈 형제처럼 된다. 그래서 명륜동, 광장동에서와 같이 같은 우물을 먹는다는 마을 ‘동(洞)’자를 쓰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수세(水勢)를 보자. 호남은 금강·만경강·동진강·영산강으로 강줄기가 분산되고, 영남의 낙동강은 호남과 등져 따로 흐르는 ‘이수이상(異水異想)’이다. 이북 지역의 압록강·임진강·예성강·청천강·대동강도 마찬가지이고, 중심의 한강도 그러하다. 낙동강은 영남을 하나로 모으는 합수(合水)라 하지만, 한반도 전체를 보자면 유감스럽게도 ‘이수이상(異水異想)’의 한 지류에 불과하다.

발원이 서로 다른 물을 먹어서일까. 잘 알다시피, 고래부터 우리의 당파 파벌의 폐해는 지긋지긋하다. 고비마다 국운의 암적 존재였다. 지금도 지역별, 이념별, 학벌별 등 오만가지 붕당파벌이 난립하며 천형처럼 악순환 되고 있다. 물을 연결하고 인심을 하나로 모으는 ‘물길 잇기’가 지금처럼 긴요한 때도 없었다. 물길 잇기의 방법 중 하나로 20년간 이 분야를 연구한 청곡(淸谷) 김종회 선생의 ‘서해안 비보론(裨補論)’을 천거할 만하다.

비보론의 골자는 이렇다. 한강하구에서부터 금강·영산강을 거쳐 부산의 낙동강하구까지 한반도의 서남해안 강하구를 따라 ㄴ자 형태로 방조제를 쌓아 물길을 만드는 것이다. ㄴ자 물길은 서로 다른 발원지를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하구에서 모두 합수(合水)하게 된다. 개성은 살리고 한반도의 기는 모아 삼한(三韓)의 인심을 통합할 수 있다. 본류 강의 생태를 보호하면서도 바다로 버려지는 물을 저수할 수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인 물 부족을 대비할 수 있다. 인공 방조제 위로 고속도로와 철도를 가설할 수도, 운하로는 배가 다닐 수도 있어, 지금의 내륙 도로와 불필요한 중복이라는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물류 인프라를 건설할 수도 있다.

환경론자들도 강력히 반대하는 ‘내륙 관통 운하’는 강의 발원지 정신을 말살해버린다. 이는 산의 정상에 쇠말뚝을 박아 정기를 막았던 처사를 연상시킨다.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는 자연적 경사도의 생태환경이 완전히 파괴되어, 마치 4대강이 거대한 욕조가 된다는 경고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또한 안보상으로도 치명적이다.

서해로 빠져나간 한반도의 기를 빨아먹는 곳은 중국의 산둥(山東) 반도다. 그래서인지 한반도는 1000년 이상 중국에 조공을 바치는 신세였다. 하지만 서남해 강하구를 잇는 ㄴ자 물길은 한반도의 기를 새지 않게 모아, 대륙의 기운과 해양의 기운을 조화롭게 융합하여 다시 흡수할 수 있다. 이상이 도선국사(道詵國師) 이래로 그 수많은 조선의 풍수가들의 숙원사업인 한반도 대개조론의 대략이다.

신음하는 낙동강, 절실하게 변화를 요구하는 낙동강의 신음소리가 나그네의 귓전을 때렸다. 이제 21세기 낙동강 합수의 정신은 발원지를 살리면서 한반도 전역의 강을 잇는 합수여야 할 것이다.

......^^백두대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