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CEO들 별장이 양평에 모여있는 까닭은
물좋고 산좋고 서울에서 가까워 재충전하면서 사교 모임하기에 좋아 "잔잔한 강가의 집은 재운 부르는 명당" <이 기사는 Weekly Chosun [1956호] 에 게재되었습니다>
정치 얘기는 하지 마세요. 아파트 걱정도 일단 접어두세요. 이 기사는 상류층의 별장 이야기입니다. 마음 편하게, 부담 없이 읽으면서 사진을 감상해 보세요. 그리고 ‘나도 돈 많이 벌어서 이런 별장 한번 가져보자’라는 욕심을 가져보세요. 그럼 된 겁니다. ‘열심히 일해보자’는 의욕이 생길 수 있다면 말이죠.
무대는 경기도 양평입니다. 이 곳을 찾은 날은 5월 11일 금요일, 잔잔하게 퍼져가는 물결 위로 따사하게 햇볕이 비치던 한낮이었습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껴안아 감돌고, 글라이더처럼 황새가 그 위를 나는 모습이 무척이나 평화롭고 아늑하게 느껴졌습니다.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 따로 없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죠.
이곳에는 국내 최대 그룹 계열사 S물산, 그와 쌍벽을 이루는 다른 대기업 계열사 H산업개발, 직물로 유명한 G사, 유명 의류 브랜드 M사, 복사기로 유명한 H사 등 유명 기업 오너 일가와 CEO의 별장이 밀집해 있습니다. 유명 제과회사인 O사는 풍광 좋은 이곳에 연수원을 짓고 있는 중이죠.
S물산 별장, 1년6개월 전에 지어
S물산의 별장은 남한강 바로 옆 강변에 있습니다. 368평 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짜리 건축물 한 채와 지상 1층짜리 건축물 한 채가 들어서 있지요. 큰 건물의 연면적은 99평이고 작은 건물 면적은 21평입니다. 2년 전인 2005년 5월에 공사를 시작해 2006년 1월부터 S물산이 별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근 부동산에서는 이곳 시세에 대해 “평당 최하 400만원 이상”이라고 말하더군요. “건물을 제외하고 땅값만 쳐도 이 별장이 14억7200만원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별장의 소유주로 등재돼 있는 S물산은 국내에서 최대로 꼽히는 S그룹의 계열사입니다. 2006년 기준으로 자산 9조원·매출 9조원을 기록한 우리나라 건설·무역 부문의 간판 기업 중 하나죠. 동네 주민은 “S그룹의 고위층이 이 별장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습니다.
S물산의 양평 별장은 2개 동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리고 두 건물 사이에는 통유리로 만든 일종의 ‘온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비가 오는 날이면 ‘유리집’ 속에서 창 밖으로 떨어지는 빗줄기를 감상할 수 있는 거죠.
별장 마당에는 가지런히 깎은 잔디밭이 널찍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요즘처럼 날씨가 화창한 날이면 가든파티를 하기에 제격입니다. 작은 건물의 옥상에도 나무로 된 일종의 발코니가 마련돼 있습니다. 무더운 한여름 밤, 시원한 생맥주를 곁들인 바비큐 파티 장면이 떠오르는군요. 건물 겉면 바닥에는 하늘을 향해 전등이 설치돼 있습니다. 일종의 가로등이자 조명등 역할을 하는 것이죠.
이 별장의 설계와 조경은 매우 독특합니다. 건물 밖에서 바로 내부 지하로 통할 수 있고, 밖에서 곧장 집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게 돼 있습니다. 게다가 별장 주변에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보기 좋게 심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 위치가 참으로 절묘해서, 정면을 제외하고는 어느 각도에서도 별장 건물이 보이지 않게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안에 있는 사람이 정면 쪽 창문의 커튼을 닫아놓으면, 밖에 있는 사람은 어느 높이 어느 각도를 취해도 별장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구조로 지어졌습니다.
게다가 별장 입구에는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부로 들어가는 사람은 누구든 자신의 모습과 출입 시각이 동영상으로 자동 기록되는 것이지요.
별장 바로 앞에는 남한강이 펼쳐져 있습니다. 대문을 나서면 곧바로 시원하게 흘러가는 남한강을 만나게 됩니다. 대문과 강의 거리는 ‘발을 헛디디면 빠질 수도 있을 만큼’ 가깝습니다. 강과 별장 사이에는 덤불이 약간 우거져 있는데, 그 덤불과 강물과 물새들이 조화를 이뤄 유유자적 흘러가는 남한강의 절경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합니다. 대문 앞 강가엔 나룻배를 묶어 둘 수 있는 자그마한 간이 선착장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배를 타고 노를 저어나가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겠구나’ 싶은 감탄이 터져 나오더군요. 풍수전문가 박민찬씨는 “강가에 있는 양택(집)은 물결이 거세면 좋지 않다”며 “물이 잔잔하게 흐르고, 물줄기가 집으로 들어오는 형상을 한 곳이 길지” 라고 말했습니다. 박씨는 “양택은 재물복과 관련이 있다”며 “이런 지세를 갖춘 곳은 재운을 부르는 길지” 라고 덧붙였습니다. 박씨의 설명을 듣고 S그룹의 별장 주변을 살펴보니, 남한강 물이 잔잔하게 흐르는 데다 저 멀리서 물줄기가 별장을 향해 들어오는 모양을 한 것이 ‘정말 명당인가 보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듭니다.
H산업개발 별장은 천혜의 요지
방향을 바꿔 북한강 쪽으로 자리를 옮기면 H산업개발의 별장을 찾을 수 있습니다. H산업개발은 자산이 3조원(2005년 12월 31일 기준)이나 되는 초대형 기업으로, 최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서울 삼성동 I아파트를 지은 건설회사입니다. 이 별장은 H산업개발의 J 회장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2004년 10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2년 전인 2005년 6월부터 별장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총수의 별장답게 규모도 웅장합니다. 808평의 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의 건물 한 채와 ‘지상 1층’짜리 단층건물 한 채가 들어서 있습니다. ‘지하 1층 지상 2층’짜리 큰 건물의 연면적은 162평이고, 단층 건물의 면적은 58평입니다.
H산업개발 J 회장의 별장은 한마디로 천혜의 요지입니다. 북한강 복판을 향해 튀어나온 반도 같은 땅 끝자락에 위치해, 집 안에서 한강의 절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거든요. 게다가 별장이 위치한 곳은 반도 같은 모양이지만, 대문이 나 있는 방향은 만(bay) 같은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강이 만들어내는 유려함과 만 형태의 지형이 빚어내는 호수 같은 고즈넉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거죠.
인근 부동산은 “이런 땅은 양평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다”며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평당 최소 600만원은 줘야 흥정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별장 대지가 808평이니 “땅값만 48억원 이상을 줘야 흥정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지요. J 회장의 별장 대문에서 큰 건물 현관을 잇는 20여m 길엔 차 한 대가 지나갈 만한 1차선 폭의 도로가 나 있습니다. 그리고 도로 옆에는 가로등처럼 생긴 감시카메라가 서 있지요. 가까이 다가가 보니 “멍멍” 개 짖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습니다. 살펴보니 대문을 바라보고 오른편에 두 평 가량 돼 보이는 개집이 보이더군요. 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우렁찬 소리로 미뤄 아파트에서 키우는 애완견은 아닌 것이 확실했습니다.
이곳의 구조는 S물산의 별장과 마찬가지로 정면이 아니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별장 뒤로 돌아가는 길이 아예 없는데다 밭으로 이어진 한쪽 측면이 막혀 있어서 대문을 이용하지 않고는 별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돼 있거든요. S물산의 별장이 조경을 이용해서 외부 시선을 차단했다면, H산업개발의 별장은 아예 내부를 보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지어졌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J 회장의 별장 정면은 2층 높이의 대형 통유리로 장식돼 있습니다. 콘크리트의 질감을 그대로 살린 회색 건물에 흰색 새시를 달아, 마치 미술관이나 전시장에 온 듯한 인상을 줍니다. 큰 건물 옥상엔 태양열 집광판으로 보이는 시설이 설치돼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세련되고 산뜻한 인상을 줍니다.
이 별장 뒤편으로 돌아가려면 배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물이 흐르는 방향을 따져 보니 건물 뒤편으로 돌아가 서면 북한강의 유장한 물결이 몰려드는 느낌을 받게 될 듯 합니다.
“물이 잔잔하고 물길이 들어오는 형상을 해야 길지”라는 풍수가의 말을 빌려 보면 J 회장의 별장 역시 ‘명당’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O제과는 연수원 지어
양평에는 이밖에도 섬유로 유명한 G사, 유명 의류 브랜드인 M사, 복사기로 유명한 H사 등의 별장이 밀집해 있습니다. 유명 제과회사인 O사는 연수원을 짓고 있습니다.
G사의 별장은 H산업개발의 별장 인근, 북한강변에 있습니다. 220평 대지에 연건평 140평짜리 2층 건물이 들어서 있죠. 대문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오더니 문을 닫더군요. 인근 주민들은 “인근에서 이 별장의 위치가 가장 좋다”고 말했습니다.
의류 브랜드인 M사의 별장, 복사기로 유명한 H사의 별장, 그리고 제과회사인 O사의 연수원은 S물산의 별장이 위치한 남한강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M사의 별장 대지는 135평, H사의 별장 대지는 132평, 제과회사인 O사의 연수원 부지는 726평 규모입니다. 한결같이 한눈에 강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이런 별장에서 며칠 푹 쉬면 말 그대로 ‘원기 충전’ 돼서 다시 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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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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