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

대기업 빌딩 속에 숨어있는 풍수(3)

eorks 2023. 6. 22. 05:07

풍수지리(風水地理)

대기업 빌딩 속에 숨어있는 풍수(3)
K씨는 “한화 측은 최근 수년 동안 회사 규모가 확대되면서 사옥의 풍수지리에 대해 자문한 적이 있다”며 “사옥과 집안, 선조들의 묏자리 등에 관한 종합적 분석 자료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 분량이 A4용지 9장에 이를 정도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임원들 방의 위치와 책상 배열까지 상세한 조언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 보복 폭행 사건 발생 전인 작년 12월의 일이다. 하지만 풍수지리에 대한 자문은 정작 김 회장은 모르게 그 아랫선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풍수지리 전문가들은 기업의 사옥 터도 중요하지만 건물의 형상을 보고 다양한 평가를 한다. 이들은 사옥을 보고 기업의 흥망을 연계시키기도 하고 최근 수년 동안의 기업의 변화와 관계시킨다.

현대 사옥도 풍수지리 전문가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린다. 이들은 현대 계동 사옥이 반원형 아치 디자인을 쓰고 있는 데 이는 솥단지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형상이라며 금(金)기운을 뜻한다고 본다. 현대의 대표적인 사업이 현대자동차였는데 금기운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한다. 현대차는 2000년 양재동 사옥에 입주했다. 청계산 줄기가 동북쪽으로 내려와 양재천과 만나는 지세 좋은 곳이라고 풍수지리 전문가들로부터 추천받은 곳이다.

사옥 입주 이후 추진하는 사업마다 성공했지만 지난해 정몽구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자 풍수지리 전문가들은 이를 지난 2005년 신축 건물 탓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 사옥은 본사 사옥 바로 옆에 지어졌는데 본사 사옥보다 1.5배나 커 기존 건물에 대한 예의를 저버렸다는 것이다.

건물로만 볼 때 동생이 형을 누르는 형세라는 것이다. 최근 잦은 노조파업에도 풍수지리를 대입한다. 전문가들은 금기운을 가진 경영자 스타일에 적응하려면 근로자들 역시 금기운화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노조파업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금기운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공장과 사옥에다 물이 있는 공간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 태평로에 있는 삼성그룹 본관 건물은 지하 4층 지상 26층의 사각형 모양이다. 1976년 완공된 이 사옥은 지상 1~2층이 당초 석탑의 기단처럼 만들어졌다. 흙에 뿌리를 둔 거목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자동차 사업 진출을 시도할 즈음 기단의 모습을 유리재를 활용한 현재의 모습으로 확 바꿨다. 삼성 측은 “기업의 IT(정보통신)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며 풍수지리와의 연계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일부 풍수지리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이 건물 설계 때부터 풍수지리를 고려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한다.

▲ 서울 태평로의 삼성 사옥. 원래 있던 건물의 기단을 없애고 유리재로 새롭게 단장했다. 풍수지리 전문가들은 이를 자동차 사업 진출 시기와 연관시킨다. LG 여의도 사옥인 트윈타워 빌딩 터는 명당으로 알려졌다. 동관과 서관은 각각 34층으로 연결돼 있다. 하지만 풍수지리가 중에는 건물 상층부가 등을 돌린 상배(相背) 형상이고, 주차장에다 동관을 중심으로 담을 쌓은 것을 지적하며, LG그룹이 LG, GS, LS로 분리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풍수지리 전문가들은 “기업 사옥뿐만 아니라 일반 건물도 건물 자체가 안정성을 유지하면 문제가 없지만 외형이 불안하거나 뭔가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으면 잦은 구설수에 오른다”고 말한다.

대한풍수지리학회 강환웅 이사장은 “건물에 대한 풍수는 선진국에서도 오래 전부터 깊이 고려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건물을 지으면서 풍수에 대한 검토를 하는 것이 일반화됐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풍수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등재할 정도로 건물 풍수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창조 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풍수지리를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되는데 일부 풍수지리 전문가들이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신비주의적인 경향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기업들이 이에 얽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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