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은 오래도록 佛影庵에 머물면서 금강산을 속속들이 探勝했다. 대개는 공허스님과 동행했으나 때로는 혼자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 녀오기도 하였다.
공허스님과 동행할 때는 옛날 고승들의 偈頌과 逸話를 듣는 것이 다시 없는 즐거움 이었으나 혼자 다닐 때는 詩興이 새삼스러이 솟아올라 그 나름대로 즐거웠다.
욕심 없는 마음으로 자연 속을 거니노라면 그 날 그 날이 항상 즐거운 날(日日是好日)이다. 그래서 김삿갓은 혼자 다닐 때에도 금강산에 대 한 시를 여러 수 남겼다.
일만 이천 봉 두루두루 노닐며 봄바람에 이끌려 다락 위에 홀로 오르니 바다 위의 해와 달은 거울처럼 둥글고 하늘땅은 작고 작아 엎어 놓은 배 같네. 萬二千峰歷歷遊(만이천봉력력유) 春風獨上衆樓隅(춘풍독상중루우) 照海日月圓如鏡(조해일월원여경) 覆載乾坤小似舟(복재건곤소사주)
동쪽은 넓은 바다 삼신산이 가까운 듯 북쪽은 산이 높아 여섯 자라 떠 있는 듯 어느 때 생겼는지 그 세월 알 길 없고 태고 적 산의 모습 늙고 늙어 머리가 희었구나. 東庄天洋三島近(동장천양삼도근) 北撑高沃六鰲浮(북탱고옥육오부) 不知無極何年闢(불여무극하년벽) 太古山形白老頭(태고산형백로두)
燭臺峰의 燭臺樓에서 동해바다를 굽어보며 읊은 시이다. "不知無極何年闢 太古山形白老頭" 참으로 음미하면 음미할수록 감칠맛이 나는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