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이야기

26. 月白雪白天地白(월백설백천지백)달도 희고 눈도 희고 하늘과 땅도 희고

eorks 2024. 9. 30. 12:39

26. 月白雪白天地白(월백설백천지백)
달도 희고 눈도 희고 하늘과 땅도 희고


        공허스님과 김삿갓의 술 마시기와 글 짖기는 밤늦도록 계속되고 있었다.
        공허스님은 취중에도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보며 다시 읊는다.

          달도 희고 눈도 희고 하늘과 땅도 희고

          月白雪白天地白(월백설백천지백)


        김삿갓이 이에 화답한다.


          산도 깊고 밤도 깊고 나그네의 시름도 깊구나.

          山深夜深客愁深(산심야심객수심)


        공허스님이 또 흥얼거린다.

          등불을 켜고 끔으로써 낮과 밤이 갈리고

          燈前燈後分晝夜(등전등후분주야)

       
        김삿갓이 또 화답한다.

          산의 남과 북을 보며 음지와 양지를 헤아린다.

          山南山北判陰陽(산남산북판음양)


        다음날 아침 두 사람은 산을 내려오다가 樵童을 만났다. 공허스님은 장난기
        가 동하여 또 한 번 도전을 한다.

          구름은 초동의 머리 위에 피어나고

          雲從樵兒頭上起(운종초아두상기)


        김삿갓이 대구를 찾으려는데 마침 냇가에서 아낙네의 빨래방망이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산은 아낙네의 빨래소리로 울리네.

          山入漂娥手裏鳴(산입표아수리명)


        마치 천진난만하기 짝이 없는 소년 같은 그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주고받 는 수작에는 詩情이 한껏 무르녹아 있었다.
        이 후 김삿갓은 공허스님의 안 내를 받으며 금강산을 두루 살펴보았다.
        楡岾寺나 神溪寺 같은 사찰들은 물 론, 九龍淵, 萬物相 등의 명소들도 빼지
        않고 다 보았다.
        보아도보아도 신비 스럽기만 한 금강산이었다.

        공허스님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진리를 배운다고 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것도 진리요, 봄이 오면 꽃이 피는 것도 진리이고,
        흘러가는 물소리에 서도 진리를 깨닫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雪岩禪師의 偈頌 한수 를 들여 주는 것이었다.

          냇물소리 이것이 바로 설법이거니
          팔만대장경을 모두 흘려버리네.
          우습다 서역 땅의 늙은 부처님
          사십 구 년 동안 헛수고 하셨네.

        溪聲自是長廣舌(계성자시장광설)
        八萬眞經俱漏洩(팔만진경구루설)
        可笑西天老釋迦(가소서천노석가)
        徒勞四十九年說(종로사십구년설)


        불교의 진리는 팔만대장경 속에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의 눈과 귀
        를 가지면 흘러가는 물소리에서도 우주의 섭리를 인식할 수 있다는 그 超脫
        한 詩想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