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이 혼자서 萬物相 구경을 갔을 때는 奇奇 怪怪한 경치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다가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다.
금강산에서 경치를 빼 놓는다면 청산은 모두 뼈대만 남을 것이니 그 후엔 나귀 탄 길손들 흥이 없어 주저하겠네. 若捨金剛景(약사금강경) 靑山皆骨餘(청산개골여) 其後騎驢客(기후기려객) 無興但躊躇(무흥단주저)
어느 가을날 석양 무렵에 한 누각에 올라서는 저물어 가는 가을 경치를 바라보며 다음과 같은 시를 남기기도 했다.
긴 여름 다 지나고 가을이 가까운데 삿갓 버선 벗어 놓고 다락에 다가오니 물소리는 들을 지나 담 밑으로 흘러가고 노을빛 물안개 자옥하여 인가를 둘러싸네. 長夏居然近素秋(장하거연근소추) 脫巾抛襪步行樓(탈건포말보행루) 波聲通野巡墻滴(파성통야순장적) 靄色和烟繞屋浮(애색화연요옥부)
술 항아리 바닥나고 목은 상기 타는데 시는 좀처럼 되지 않아 이맛살을 찌푸리오. 그대여 비가와도 이대로 헤어지세 집에 가 잠이 들면 꿈만은 그윽하리. 酒到空壺生肺渴(주도공호생폐갈) 詩猶餘債上眉愁(시유여적상미수) 與君分手芭蕉雨(여군분수파초우) 應相歸家一夢幽(응상귀가일몽유)
梅月堂 金時習은 금강산 절경이 너무도 감격스러워 시를 한 수도 짖지 못했 다고 했으나, 김삿갓은 절경을 대할 때마다 시를 짓지 못하는 심경 을 시로써 읊어 나갔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김삿갓이야말로 天稟的으로 詩魂을 타고 났던 시인이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