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이 함경도 최북단의 종성을 찾은 것은 그 옛날 한때 인연을 맺었던 매화라는 기생을 잊지 못해서였다.
그는 헤어지면서 자기 고향은 종성이고 곧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니 후일 혹 종성에 들으시거든 꼭 찾아 달라고 했었다.
종성으로 향하는 김삿갓의 무딘 가슴에는 잔잔한 파도가 일었다.
얼마나 정겨운 여인이었던가.
시문에 능하여 바로 서로를 알았고, 매화라는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우면 서도 다정다감했던 그였다.
애정이 깊어 가던 무렵 김삿갓은 그에게 다음과 같은 시를 읊어 보인 일이 있었다. 처음에는 손 뿌리쳐 어울리기 어렵더니 자리를 같이 해 보니 쉽사리 친해지네. 주선이 시정에 숨은 선비와 사귀려니 여장부 그대는 과연 문장이로다. 却把同調難(각파동조난) 還爲一席親(환위일석친) 酒仙交市隱(주선교시은) 女俠是文人(여협시문인)
이불 펴려는 마음 서로 맞을 무렵 달과 술과 여자가 어우러져 마음 새롭네. 동곽의 달빛 아래 서로 끌어안고 봄 매화 떨어진 위에 취해 쓰러졌어라. 太半衾合期(태반금합기) 成三意態新(성삼의태신) 相携東郭月(상휴동곽월) 醉倒落梅春(취도락매춘) 달콤한 추억에 젖어 가벼운 발걸음으로 종성고을에 당도한 김삿갓은 어느 주막에 쉬면서 주모에게 혹 매화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이 좁은 고장에서 매화를 모를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면서 향교 뒤에 조 그만 초가집 한 채가 있는데 그 집이 바로 매화의 집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