梅花(매화)의 집에서는 매화는 보이지 않고 생판 모르는 여인이 방문을 배시시 열고 내다보더니
매화는 몇 달 전에 강 건너 청국사람에게 시집을 갔다면서 손님은 혹시 삿갓양반이라는 분이 아니시냐고 묻는다.
김삿갓은 가슴이 철렁하여 자기 귀를 의심하면서 매화가 시집을 갔다는 것은 무슨 소리이고 나를 어떻게 알아보느냐고 물었다.
여인은 그를 방으로 안내하고 나서 자기는 退妓 秋月(퇴기 추월)이라고 소개한 후에 매화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삿갓양반을 매양 그리워하던 매화는 그에게 매달려 있는 아홉 명의 식구 가 굶어죽을 형편이 되어 어쩔 수 없이 청국 부자의 첩으로 팔려가면서 온 식구를 데리고 두만강을 건너 아주 뙤땅으로 이사를 갔다는 것이다.
김삿갓은 <뙤땅>이라는 말에서
"뙤땅에는 꽃이 없어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 고 노래했던 王昭君(왕소군)의 故事(고사)가 불현듯 머리에 떠올라 매화가 그렇게도 삭막한 곳으로 팔려갔구나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김삿갓의 심사를 짐작한 추월이 술상을 보아 와서 술을 권한다.
술을 연거푸 몇 잔 마시면서 '그놈의 돈이 뭐 길래 마음에도 없는 사람에 게 팔려간단 말이냐'고 중얼거리자 추월은 죽은 사람을 살려 내기도 하고 살아 있는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것이 돈이라는 것을 이제껏 몰랐느냐 고 나무랐다 한다.
유리걸식을 하면서도 돈에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는 김삿갓에게 이처럼 돈이 원망스러울 때가 없었다.
'과연 그대 말이 옳은 말일세.' 하고 울부짖듯 외치다가 그는 즉석에서 돈 에 대한 시를 이렇게 읊었다.
세상을 두루 돌아도 모두가 환영하고 나라와 가문을 일으켜주는 그 위세 대단하다 갔다가 다시 오고 왔다가 다시 가며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구나. 周遊天下皆歡迎(주유천하개환영) 興國興家勢不輕(흥국흥가세불경) 去復還來來復去(거복환래래복거) 生能捨死死能生(생능사사사능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