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에게는 항상 꽁무니에 차고 다니는 또 하나의 친구 담뱃대가 있었다. 심심할 때 피우는 것이라고 해서 담배를 <심심초>라고도 했다. 심심해서 담배를 한 대 피워 물고 담뱃대를 요모조모 살펴보다가 즉흥시 한 수를 읊었다.
둥근 머리에 목은 굽고 몸은 길기도 한데 은장식 구리장식 값이 헐하지 않다 푸른 연기 한 번 빨면 안개가 자옥하니 향초가 탈 때마다 봄도 함께 사라지네. 圓頭曲項又長身(원두곡항우장신) 銀飾銅裝價不貧(은식동장가불빈) 時吸靑煙能作霧(시급청연능작무) 每焚香草暗消春(매분향초암소춘)
주막집 찬 등불 아래 온갖 시름 벗하고 부슬비 내리는 정자에서 한 대 피우는 맛 새롭구나. 너로 인해 해마다 얼룩참대 잘라 내니 요 임금의 따님들이 강가에서 울리라. 寒燈旅館千愁伴(한등여관천수반) 細雨江亭一味新(세우강정일미신) 斑竹年年爲爾折(반죽년년위이절) 也應堯女泣湘濱(야응요녀읍상빈) *담뱃대로 쓰이는 얼룩참대는 중국 동정호에서만 생산되는데
堯(요) 임금의 따님이 눈물을 뿌려서 얼룩졌다고 하는 瀟湘斑竹(소상반죽) 의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