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읊는 창가에는 달빛이 가득하고 버들 가린 골목은 안개로 자옥하다 홀아비 하룻밤에 좋은 경치 다 보고 나니 붉은 얼굴 어디 가고 백발만 남았구나. 閑吟朗月松窓滿(한음랑월송창만) 淡抹靑烟柳巷遮(담말청연류항차) 鰥老一宵淸景飽(환노일소청경포) 顔朱換却髥皤皤(안주환각염파파)
늙고 병든 몸 아직도 수척하지만 깊은 겨울 다 지나고 이제는 봄이 왔으니 김삿갓은 어디론가 다시 떠나야 했다. 그래서 그는 다음과 같은 작별시 한 수로서 안진사에게 떠날 결심을 알렸다.
먼 나그네 오랫동안 병을 빙자하여 댁에 폐를 끼치며 봄을 맞게 되었소. 봄이 와서 동서로 뿔뿔이 헤어지면 이 곳 꽃구경은 다른 사람 몫이오. 遠客悠悠任病身(원객유유임병신) 君家蒙恩且逢春(군가몽은차봉춘) 春來各自東西去(춘래각자동서거) 此地看花是別人(차지간화시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