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붓을 던지고 羽化登仙(우화등선) 결국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김삿갓은 가물가물하는 정신을 가다듬고, 마지막 정력을 다 쏟아 詩魂(시 혼)을 불사른다.
새벽종소리 들으며 방랑길에 오르니 생소한 객지라서 마음 애달팠노라 從南曉鐘一納履(종남효종일납리) 風土異邦心細量(풍토이방심세량)
마음은 고향 그리는 떠돌이 여우같고 신세는 궁지에 몰린 양 같은 나로다. 心猶異域首丘狐(심유이역수구호) 勢亦窮途觸藩羊(세역궁도촉번양)
머리 굽신거림이 어찌 내 본성이리요 먹고 살아가기 위해 버릇이 되었도다. 搖頭行勢豈本習(요두행세기본습) 糊口圖生惟所長(호구도생유소장)
그런 중에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가 삼각산 푸른 모습 생각할수록 아득하네. 光陰漸向且巾失(광음점향차건실) 三角靑山何渺茫(삼각청산하묘망)
떠돌며 구걸한 집 수 없이 많았으나 풍월 읊는 바랑은 언제나 비었도다. 江山乞號慣千門(강산걸호관천문) 風月行裝空一囊(풍월행장공일낭)
큰 부자 작은 부자 고루 찾아다니며 후하고 박한 가풍 모두 맛보았네. 千金之家萬石君(천금지가만석군) 厚薄家風均試嘗(후박가풍균시상)
신세가 기구해 남의 눈총 받다보니 흐르는 세월 속에 머리만 희었도다. 身窮每遇俗眼白(신궁매우속안백) 歲去偏傷鬢髮蒼(세거편상빈발창)
돌아가자니 어렵고 머무르자니 어려워 노상에서 방황하기 몇 날 몇 해이던고. 歸兮亦難停亦難(귀혜역난정역난) 幾日彷徨中路傍(기일방활중로방)
김삿갓은 여기까지 쓰다가 마침내 기력이 다하여 붓을 던지고 말았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應口輒對(응구첩대)로 시를 읊어 댄 것 은 그의 타 고 난 천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힘이 다하여 눈을 감은 채 무거운 침묵에 잠겨 버린 것 이다.
배는 가벼운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소동파의 적벽부에 보면 "바람이 가볍게 불어 세상을 잊고 우뚝 선 채 신 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다.
(飄飄乎如遺世獨立 羽化而登仙=표표호여유세독립 우화등선)"라는 말이 나온다.
김삿갓은 지금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를 일 이었다.
이리하여 삼천리 방방곡곡을 두루 답파하여 수많은 시를 뿌려 놓던 천재 시인 김삿갓은 마침내 전라도 동복의 적벽강 범선 위에서 永久歸天(영구 귀천)하였 으니 때는 철종14년 (1863), 향년 56세이었다. ---끝---
그 동안 “김삿갓”을 읽어주시고 격려해 주신 여러분께 충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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