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고전유머]2-27화 춘몽으로 변한 남자의 질투

eorks 2007. 3. 23. 08:29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2부 화류춘몽, 그 웃음과 눈물

(제2-27화)춘몽으로 변한 남자의 질투

     집이 부자인 한 선비가 재색을 겸비한 기생을 사랑하여 첩으
   로 삼아 한집에 데리고 살았다. 그런데 하루는 밤중에 선비가 옷
   을 벗고 기생의 배 위에 엎드려 있는데, 관아에서 사람이 나와
   기생을 급히 들어오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이 명령에 기생이 떨치고 일어나 옷을 입는데, 선비는 이 밤
   중에 관아로 들어가면 틀림없이 기생이 다른 남자와 동침하게
   될 것을 안타깝게 여기면서 투덜대고 비꼬았다.
     "너는 싫지 않겠지? 지금 가면 새 남자를 만나 좋겠구나."
     이 말을 들은 기생은 질투하는 선비를 좀 달래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서방님, 걱정하지 말아요. 내 이 생리대를 차고 가서, 생리
   중이니 남자를 접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무사히 돌아올 테니까
   염려하지 말고 기다려요."
     이에 기생은 선비가 보는 앞에서 생리대를 차고 집을 나섰다.
     그러나 선비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일어나서 가만히 기생을
   미행해 뒤따라가면서 살폈다. 기생은 관아의 문 근처에 이르러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관아 청사 담장에 기대서서 바지 속으
   로 손을 넣어 생리대를 끄집어내서는 담장 위의 기와 틈에 끼워
   놓은 다음, 기쁜 듯이 껑충껑충 뛰면서 청사 안으로 들어가는 것
   이었다.
     선비는 기생이 자기를 속인 것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면서,
     "기생들이란 정말 믿을 수가 없군, 이 무정한 것."
   하고 욕을 하며, 씩씩거리면서 생리대를 끼워 놓은 곳으로 달려
   가 그것을 꺼내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방에 앉아 화를
   참지 못하다가 그 생리대를 손에 쥔 채 그만 설핏 잠이 들고 말
   았다.
     기생은 관장의 지시에 따라 서울에서 온 한 젊은 선비를 맞아
   왕성한 힘으로 몸을 놀려 정감을 돋우어 주는 그 애정 향연의 기
   쁨을 한껏 맛보고, 새벽에 선비가 주는 얼마간의 돈도 받아 기분
   이 좋아서 콧노래를 부르며 관아 문을 나섰다.
     그리고 기생이 들어갈 때 담장 위의 기와 틈에 숨겨 놓은 생
   리대를 찾으니, 아무리 더듬어 보아도 간 곳이 없자 기생은,
     "응, 그 옹졸한 선비가 내 뒤를 밟아 와서 가져갔구나."
   라고 짐작하고, 집으로 들어와 가만히 동정을 살폈다.
     문틈으로 방안을 들여다보니 선비가 생리대를 손에 쥔 채 잠
   이 들어 코를 골고 있었다. 그래서 기생은 살짝 문을 열고 들어
   가 선비 손에서 생리대를 빼내고, 대신에 선비가 쓰고 다니는 모
   자를 그 손에 쥐어 놓고는 다시 방을 나왔다.
     기생은 방 밖에서 급히 생리대를 다시 차고는 지금 막 달려온
   것처럼 숨을 헐떡이면서 큰소리로,
     "서방님, 저 왔어요. 주무시고 계세요?"
   하고 부르면서 방문을 열었다. 방안에 들어선 기생은 치마를 들
   어올려 보여 주면서 말했다.
     "서방님 보세요, 약속 대로 이렇게 생리대를 차고 아무 일
   없이 들어왔어요."
     이에 잠에서 깬 선비는 손에 쥔 것을 흔들어 보이면서,
     "네 생리대가 내 손안에 있는데 무슨 거짓말을 하느냐? 이게
   네가 기와 틈에 숨겨 둔 생리대가 아니고 무엇이냐?"
   라고 말하며 화를 참지 못해 고함을 질렀다.
     이 때 기생이 부드러운 웃음으로 천천히 말했다.
     "서방님, 아무리 어두컴컴하기로서니 생리대와 모자를 구별
   도 못하십니까? 그것은 서방님이 쓰시는 모자 같은데요?"
     기생은 이렇게 말하며 살살 아양을 떨었다. 선비가 기생의 말
   을 듣고 자기 손에 쥐어진 것을 자세히 보니 생리대가 아니라 분
   명 자기의 모자였다. 선비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보고 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아니, 내가 봄꿈을 꾸었나? 정말 춘몽은 헛된 것인가 봐."
     이 말을 들은 기생은 웃으면서 선비를 끌어안았다.
                                                   <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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