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2부 화류춘몽, 그 웃음과 눈물 |
한 기생이 집에서 손님을 맞고 있었는데, 먼저 한 선비가 그
기생집에 와 있었다. 조금 뒤에 두 사람의 손님이 더 들어오니,
기생은 손님을 맞아들이면서,
"마 장군(馬將軍)과 여 초관(呂硝官)이 오셨구먼요."
라고 말하며 웃었다.
얼마 후에 또 두 사람의 손님이 들어오니, 기생은 역시 웃으
면서 이렇게 맞이했다.
"우 별감(禹別監)과 최 서방(崔書房), 어서 오세요."
미리 와 있던 선비는 기생이 손님을 맞으면서 이와 같이 부르
는 것을 보고는 기이한 생각이 들었다.
자기도 들어온 네 손님의 성씨를 모두 알고 있는데, 자기가
알고 있는 네 손님의 성씨와 방금 기생이 말한 성씨가 전혀 달랐
기 때문이었다.
기생이 술상을 차려 왔기에, 선비는 네 손님과 함께 둘러앉아
술을 마셨다.
그리고 얼마 후에 네 손님이 돌아간 뒤, 저녁밥을 먹고 난 선
비가 기생을 무릎에 앉히고 물었다.
"너는 낮에 왔던 손님들의 성씨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어,
그 네 사람은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인데, 네가 말한 성씨
가 모두 맞지 않고 틀리니 웬일이냐? 남의 성씨를 잘못 알고 있
으면 실수를 하게 되니 조심해야지."
이 말에 기생은 선비의 옷 속으로 손을 넣어 더듬으면서 큰소
리로 웃으며 대답했다.
"서방님, 내 오랫동안 사귄 사람들의 성씨를 왜 모르겠습니
까? 처음 사람은 몸이 크고 그 연장 또한 말의 그것처럼 커서
`마 장군'이라 불렀지요. 둘째 사람은 몸은 큰데 연장이 작아서
당나귀의 그것과 같으므로 `여(驢; 나귀려) 초관'이라 했는데,
음이 같은 `여(呂)'라고 부른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동안 기생은 어느새 선비의 바지를 다 벗겨 버
리고 계속 말을 이었다.
"세 번째 사람은 말입니다. 나와 잠자리를 하면서 배 위에 올
라가자마자 바로 물을 쏟아 버리고 내려오니, 소를 닮았으므로
(소는 교합과 동시에 사정이 일어남) `우(牛) 별감`이라 했는데,
역시 음이 같은 `우(禹)`씨라고 해주었답니다. 그리고 마지막 사
람은 나와 잠자리를 할 때 계속 내 배 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조급해하므로, 참새를 닮았다 하여 `작(雀; 참새 작) 서방`인데,
우리 나라에 그런 성씨가 없으므로 글자 꼴이 비슷한 `최(崔)`씨
로 한 것입니다."
기생은 이와 같이 설명하면서 어느새 선비의 배 위에 걸터앉
아 있었다.
그래서 선비는 기생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그렇다면 난는 무엇에 해당하는지 한번 말해 봐."
"아 참! 서방님에 관한 것을 말하지 않았네요. 서방님은 연
장이 작고 힘도 없어서 실속이 전혀 없는데도 날마다 와서 보채
기만 하니, 제가 이렇게 힘써 주지 않으면 애만 태우다가 허송세
월을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당연히 `허 생원(許生員)`이지요.
`허(許)와 허(虛)`자가 음이 같으니까요."
기생의 이 말에 선비는 웃음이 나와 벌떡 일어나 앉아 버렸
다. <조선 후기>
[옛 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 김현룡 지음]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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