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3부 기발한 처지, 웃음이 절로 나오고 |
불교에 깊이 빠져 있는 한 사람이 종과 전답을 모두 절에 바
치고 부처님께 열심히 자손들의 복을 빌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사망하고 그 아들 대에 이르니 살림이 더욱 가난해져서 살아갈
길이 막막했다.
그래서 이 사람의 아들은 절에 가서 호소했다.
"스님, 소인 먹고 살 길이 막막하오니, 소인의 부친이 이 절
에 시주하신 전답을 절반만이라도 도로 돌려주시어 소인이 생계
를 이어 갈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이렇게 애원했지만, 절에서는 이미 부처님께 시주한 재산이
라 돌려줄 수 없다면서 거절했다.
그래서 전답을 시주한 사람의 아들은 다시 이 사실을 적어 관
가에 호소하여, 전답을 돌려받게 해달라고 하면서 소송을 제기
했으나 역시 소송에서 지고 말았다.
결국 굶어 죽을 지경에 이르자 그는 대궐에 가서 대궐 문에
달아 놓은 징을 쳐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정 얘기를 들은 성종
임금은 이 사람과 절의 스님을 불러 놓고 직접 판결을 했다.
"스님은 잘 들을지어다. 이 사람 부친이 절에 토지를 시주한
것을 부처님으로부터 자손들의 복을 구하기 위함이었는데, 그
절의 부처는 토지만 받고 자식에게는 복을 내리지 않았으니 신임
이 없는 부처이니라, 그러니 토지는 주인에게 도로 돌려주고, 복
내리는 일은 부처가 거두어서 가져가도록 하라."
이렇게 판결을 내리니,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임금의 명판결
에 모두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웃더라.<조선 초기>
[옛 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 김현룡 지음]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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