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고전유머]2-25화 추향(秋香)이 가지고 간 독약

eorks 2007. 3. 21. 08:10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2부 화류춘몽, 그 웃음과 눈물

(제2-25화)추향(秋香)이 가지고 간 독약
    영조 임금 때 심씨(沈氏) 성을 가진 선비가 밀양 부사로 부임 해 가서, 추향이란 재색을 갖춘 기생을 사랑해 곁에 두고 떠나지 못했다. 추향은 젊고 예뻤으며 또한 잠자리 기능이 뛰어났다. 심 부사 는 몸이 늙어서 다른 기생들과 잠자리를 해서는 감흥이 일지 않 았는데, 추향이 잘 조절하면 정감이 샘솟듯 새롭게 일어났다. 그 래서 추향을 곁에서 떠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 때 이조 참판으로 있던 심 부사의 아우가 죄에 연루되어 사형을 당하게 되니, 조정에서는 그 아우의 일로 조사하기 위해 밀양 부사를 불러올리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서울에서 친구가 급히 내려와 이 슬픈 소식을 먼저 전하니, 심 부사는 형벌이 내려질 것을 짐작하고 압송 관리가 도착하기 전에 미리 짐을 싸서 밀양을 떠날 준비를 했다. 이 때 심 부사 곁에 붙어 있던 추향이 아뢰는 것이었다. "사또께서는 소녀를 늘 곁에 두셨지만, 별로 소녀에게 선물 을 주신 적이 없습니다. 떠나시면서 소녀에게 돈 1백 냥만 주고 가십시오." 이렇게 요구하니, 심 부사는 약간 기분이 상했지만 별말 없이 그 돈을 주었다. 그러나 추향은 돈을 받고도 특별히 고마워하지 도 않고, 또 작별할 때도 별로 슬퍼하지도 않으니, 주위 사람들 은 모두 돈만 챙기는 기생이라며 그녀를 멸시했다. 심 부사는 서울로 올라와 문초를 당하고, 동생의 죄에 연좌되 어 관북 지방으로 귀양을 갔다. 그리고 귀양간 지 얼마 안 되어 동생의 사건이 더욱 악화되면서 심 부사에게 사약이 내려지게 되었다. 심 부사는 자신에게 사약이 내려진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데, 하루는 들으니 밖에 말을 타고 온 손님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 서 심 부사가 혹시 집에서 무슨 연락을 가지고 온 사람인가 하고 내다보니, 어떤 낮선 청년이 들어와 정중하게 인사를 올린 후에 이렇게 아뢰었다. "대감께서는 어찌 저를 몰라보십니까? 저는 옛날 밀양 기생 추향이옵니다. 도적이 두려워 남자로 변장해 말을 달려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청년이 갓을 벗고 머리를 매만지는데, 정말 밀양 기생 추향이 틀림없었다. 심씨가 뜻밖에 찾아온 기생 추향을 보고 반가워하 면서 어떻게 왔느냐고 물으니, 추향은 다음과 같은 매우 의미 깊 은 말을 했다. "저는 전날 대감의 사랑을 입었고, 또 떠나실 때 많은 돈을 받고도 무정하게 해드려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습니다. 저는 대감에게 오늘과 같은 일이 있을 줄 알고 그 돈을 불리어 큰돈으 로 만들었고, 그리고 대감께서 곧 사약을 받으실 것이란 소문도 들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대감께서 지금 바로 독약을 드시고 스 스로 목숨을 끊어 자결하시면, 죄가 불문에 부쳐지고 신체가 온 전하게 선산으로 돌아가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되며, 따라서 자손 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가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사약을 받 으시면 자손들은 죄인의 자손으로서 피해가 매우 커집니다. 그 래서 여기 옛날에 주신 돈으로 대감께 사약이 내리기 전에 돌아 가시게 할 수 있는 독약을 마련해 가지고 왔습니다만, 대감의 뜻 이 어떠한지 모르겠나이다." 이렇게 말하고 웃으면서 가지고 온 보따리를 내려놓았다. 심씨는 추향의 말을 듣고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여, 빨리 독 약을 내놓으라고 독촉했다. 이에 추향은 보따리를 풀고, 죽었을 때 입을 수의와 급할 때 돈과 바꿀 은 몇 덩이, 그리고 좋은 술과 맛있는 안주를 많이 내놓았다. 심씨는 추향이 내놓은 물건을 보고 놀라면서 재촉했다. "아니! 먹고 죽을 독약은 어디 있고 이런 것들만 들었느냐? 어서 그 독약부터 좀 보여 다오." "예 대감, 이제 차근차근 말씀드리겠습니다." 추향은 심씨 앞에 바싹 다가앉아 내놓은 술과 안주, 그리고 자신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 대감의 부실한 몸에 이 술과 안주를 매일 많이 드시고, 그리고 이 추향의 조절에 따라 매일 밤 함께 심한 잠자리를 즐기 시면, 얼마 안 있어서 몸을 망쳐 돌아가시게 됩니다. 그러니 술 과 안주, 그리고 이 추향의 몸뚱이, 이 셋이 바로 대감을 돌아가 시게 할 독약이올시다." 이 말을 들은 심씨는 어이가 없다는 듯 크게 한바탕 웃고는 손뼉을 치면서, "네 말이 옳다. 천하의 명기다운 말이로다. 네 몸이 바로 독 약이란 말은 명언이로다. 자, 그러면 오늘부터 독약을 먹도록 하 자. 먼저 술부터 한잔 할까?" 하고는 술을 달라고 했다. 이후 심씨는 매일 술에 취해 추향의 그 능숙한 잠자리 조절에 따라 밤마다 살을 맞대 즐기며 세월을 보내니, 그런 지 한 달 만에 사망하게 되었다. 추향은 곧 가지고 온 수의로 심씨의 시체를 거두어 염습하고 관을 서울로 옮긴 다음, 제물을 차려 제사한 후에 통곡하고는 관 앞에서 자기도 자결해 목숨을 끊었다. 이렇게 해서 심씨는 사형 집행 전에 사망했기 때문에 극형이 정지되고 자손들에게 해가 돌아가지 않았다. 이를 본 사람들은 모두 추향을 열부 기생이라며 칭찬하고, 한편으론 좋은 독약 가져갔다고 하면서 크게 웃더라.<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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