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소월(金素月)님의 詩
1.진달래 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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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금잔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深深) 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님 무덤 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 산천에도 금잔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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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는 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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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산유화(山有花)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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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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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초혼(招魂) ...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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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접동새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津頭江)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 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산 저산 옮아 가며 슬피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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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왕십리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朔望)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랴거뎐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별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 와도 한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겨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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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섭 대일 땅이 있었더면>
나는 꿈 꾸었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지런히
벌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석양(夕陽)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
즐거이, 꿈 가운데.
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섭 대일 땅이 있었더면!
이처럼 떠돌으랴, 아츰에 저물손에
새라새로운 탄식(歎息)을 얻으면서.
동(東)이랴, 남북(南北)이랴,
내 몸은 떠가나니, 볼지어다.
희망(希望)의 반짝임은, 별빛이 아득임은,
물결뿐 떠올라라, 가슴에 팔 다리에.
그러나 어찌면 황송한 이 심정(心情)을! 날로 나날이
내 앞에는 자츳 가늘은 길이 이어가라. 나는 나아가리라.
한 걸음, 또 한 걸음 보이는 산비탈엔
온 새벽 동무들, 저 저 혼자... 산경(山耕)을 김매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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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 (金素月, 1902~1934) 본명은 김정식(金廷湜). 평북
출생. 남산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오산학교와 배재고
보를 나왔으며, 그 후에 동경 상과대학에 입학하였
다가 그만두었다고 함. 오산학교때의 스승인 김억
의 영향과 지도로 시를 썼으며,
<낭인의 봄>,<야(夜)의 우적>,<그리워>등 5편을 동
인지<창조>제 5호(1920.3)에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서른 세살 짧은 나이에 아편을 먹고 자살하기 까지
그는 전통적인 민중 정감과 한(恨)의 가락을 서정
시로 형상화하는데 탁월한 솜씨를 보여주어 1920년
대 시단의 가장 뛰어난 서정시인으로 평가 받는다.
시집으로<진달래꽃>,<소월시초>,<결정판 소월시집>
<완본 소월시집>등이 있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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