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

김소월님의 詩

eorks 2007. 3. 31. 19:03

김 소월(金素月)님의 詩

        1.진달래 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2. 금잔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深深) 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님 무덤 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 산천에도 금잔디에. ---------------------------- 3. 가는 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 4. -산유화(山有花)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 5.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6. -초혼(招魂) ...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7. 접동새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津頭江)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 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산 저산 옮아 가며 슬피 웁니다. --------------------------------- 8. 왕십리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朔望)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랴거뎐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별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 와도 한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겨서 운다.
    -------------------------------- 9.<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섭 대일 땅이 있었더면> 나는 꿈 꾸었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지런히 벌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석양(夕陽)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 즐거이, 꿈 가운데. 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섭 대일 땅이 있었더면! 이처럼 떠돌으랴, 아츰에 저물손에 새라새로운 탄식(歎息)을 얻으면서. 동(東)이랴, 남북(南北)이랴, 내 몸은 떠가나니, 볼지어다. 희망(希望)의 반짝임은, 별빛이 아득임은, 물결뿐 떠올라라, 가슴에 팔 다리에. 그러나 어찌면 황송한 이 심정(心情)을! 날로 나날이 내 앞에는 자츳 가늘은 길이 이어가라. 나는 나아가리라. 한 걸음, 또 한 걸음 보이는 산비탈엔 온 새벽 동무들, 저 저 혼자... 산경(山耕)을 김매이는. ------------------------------------------- 김소월 : (金素月, 1902~1934) 본명은 김정식(金廷湜). 평북 출생. 남산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오산학교와 배재고 보를 나왔으며, 그 후에 동경 상과대학에 입학하였 다가 그만두었다고 함. 오산학교때의 스승인 김억 의 영향과 지도로 시를 썼으며, <낭인의 봄>,<야(夜)의 우적>,<그리워>등 5편을 동 인지<창조>제 5호(1920.3)에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서른 세살 짧은 나이에 아편을 먹고 자살하기 까지 그는 전통적인 민중 정감과 한(恨)의 가락을 서정 시로 형상화하는데 탁월한 솜씨를 보여주어 1920년 대 시단의 가장 뛰어난 서정시인으로 평가 받는다. 시집으로<진달래꽃>,<소월시초>,<결정판 소월시집> <완본 소월시집>등이 있다.

......^^백두대간^^........白頭大幹

'한국의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춘수(金春洙)님의 詩  (0) 2007.04.02
강은교님의 詩  (0) 2007.04.01
오~매 단풍 들것네 / 김영랑(金永郞)  (0) 2007.03.30
僧 舞(승무) / 조지훈(趙芝薰)  (0) 2007.03.30
강강술래 / 이동주(李東柱)  (0) 2007.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