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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동(梁柱東)님의 詩
1.-조선(朝鮮)의 맥박(脈搏)-
한밤에 불 꺼진 재와 같이
나의 정열이 두 눈을 감고 잠잠할 때에,
나는 조선의 힘 없는 맥박을 짚어 보노라.
나는 임의 모세관(毛細管), 그의 맥박이로다.
이윽고 새벽이 되어 환한 동녘 하늘 밑에서
나의 희망과 용기가 두 팔을 뽐낼 때면,
나는 조선의 소생된 긴 한숨을 듣노라.
나는 임의 기관(氣管)이요, 그의 숨결이로다.
그러나 보라, 이른 아침 길가에 오가는
튼튼한 젊은이들, 어린 학생들, 그들의
공 던지는 날랜 손발,
책보 낀 여생도의 힘있는 두 팔
그들의 빛나는 얼굴, 활기 있는 걸음걸이
아아, 이야말로 참으로 조선의 산 맥박이 아닌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갓난 아이의 귀여운 두 볼.
젖 달라 외치는 그들의 우렁찬 울음.
작으나마 힘찬, 무엇을 잡으려는 그들의 손아귀.
해죽해죽 웃는 입술,
기쁨에 넘치는 또렷한 눈동자.
아아, 조선의 대동맥,
조선의 폐(肺)는 아가야 너에게만 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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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동 : (梁柱東, 1903 ~1977). 경기도 개성 출생. 중동학교 고등
속성과 졸업.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과 졸업.1921년 와세
다 대학 예과에 진학하면서 부터 문학에 뜻을 두기시작한
그는 예과 수료 후 일시 귀국한 유엽, 백기만, 손진태 등
과 함께 문예 동인지<금성>을 발간하였으며, 그 창간호에
<영원한 비밀> 이라는 시를 발표하면서 문학 활동을 시작
함. 그 당시 그는 시 창작뿐 아니라 보들레르, 베를레느,
타고르 등 외국 시인의 작품을 번역 소개하였으며, 비평
활동에도 참여함. 동인지<금성>의 폐간을 계기로 작품 활
동보다는 문학이론 공부에 더 치중하게 됨. 국민문학파와
프로문학파 간의 논쟁에서 절충적 입자을 취했던 양주동은
광주 학생 의거를 듣고 감분하여 <사론>, <정사5편> 등을
발표하고, 시집 <조선의 맥박>을 낸 후 문단비평을 떠남.
그 후 고가 연구에 주력하여 1935년 <향가의 해독, 특히
원왕생가에 대하여>를 발표하였으며, 향가 해독과 연구의
집대성인 <조선고가연구>를 간행하여 고가 연구에 많은 영
향을 끼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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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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