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령 노픈 봉에 - 이 항 복 -
철령 노픈 봉을 쉬여 넘난 져 구룸아.
고신 원루랄 비 사마 띄여다가.
님 계신 구중 심처에 뿌려 본들 엇다리.
[현대어 풀이]
◎철령 높은 고개 봉우리에 잠시 쉬었다가 넘어가는 저 구름아!
◎(임금의 버림을 받고 떠나는) 외로운 신하의 원통한 눈물을
비로 만들어 띄워 보내
◎임금이 계시는 깊고 깊은 궁궐에 뿌려 보면 어떠하겠는가?
[창작 배경]
광해군이 자신의 왕위를 지키기 위해서 선조의 적자(嫡子)인
영창대군을 죽이고, 그의 어머니인 인목대비를 폐위시키려는
계략을 세우고 있었다. 작자는 이것을 반대하여, 함경도 북청
으로 귀양가는 도중에 철령 고개를 넘으면서 이 시조를 읊었
다.<계축화옥>
[이해와 감상]
초장의 '철령 노픈 봉'은 작자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나타내는
것으로도 볼 수 있으며, '구름'은 귀양가는 자신의 처지를 표현
하면서, 작자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쉬어
넘는'이라는 것은 귀양가는 작자의 무거운 발걸음을 표현한 것
이다. 중,종장은 자신의 억울함을 임금이 계신 궁궐에 눈물의
비로 뿌리면, 자신의 심정을 임금께서 조금이나마 알아주시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노래한 것이다.
훗일에 이 시조가 널리 불려지게 되고, 어느날 궁인에게서 이
시조의 내력을 듣게 된 광해군은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작자가 남겨 놓은 많은 일화들이 말하여 주듯이, 그는 학문을
좋아하고 벗을 좋아했으며, 인간관계가 지극히 원만한 인물이
었다. 그 때문에 오히려 정치 바람을 타기도 했던 것이다.
정 철의 죄를 감싸 주다가 파직된 일이 있었고, 성 혼을 정인홍
의 모함에서 변호하다가 벼슬자리를 물러나야 했으며, 광해군
때는 불운의 왕자 영창대군을 구하기에 힘썼고, 폐모론에 극력
반대하다가 결국 북청 땅까지 귀양을 가게 되었다. 어지럽고
어두운 세상에서도 옳고 바르고 밝게 살아가려는 그의 인간적
인 면모를 염두에 두고 이 시조를 음미하면, 더욱 느껴지는 점
이 많을 것이다.
*철령 → 강원도 회양군과 함경남도 안변군 경계에 있는 높은
고개. 이 고개를 넘어 함경북도 북청으로 귀양을 갔다.
*고신원루 → 외로운 신하(임금에게 버림을 받은 신하)의
원통한 눈물
*비 사마 → 비 삼아. 비를 만들어
*구중심처 → 대궐의 대문이 9겹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대궐을 구중이라고 한다.
[정리]
▶ 성격 : 평시조, 단시조, 연군가
▶ 주제 : 유배의 정한(情恨)과 억울한 심정 호소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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