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속에 지혜]

남의 떡이 커 보인다.~24~

eorks 2009. 3. 10. 08:13
~모스코바근교 승리광장~

★남의 떡이 커 보인다.★
    다람쥐는 늘 울퉁불퉁한 바위 밑에 굴을 뚫고 지내면서 수북하게 자란 험한 풀숲 사이의 가시 나무를 넘나들며 먹을 것을 구했다. 재주가 좋은놈은 음식을 얻어으나, 재주가 모자란 놈은 굶주림을 면치 못했다. 어느날 다람쥐가 강가의 절벽 위에서 놀다가 음식을 구 하러 나무를 타고 다녔다. 그런데 문득 수많은 자라가 수십 마리의 물고기를 몰아 다 먹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자라가 맑은 물에 둥둥떠서 한가롭게 마음껏 활개치 며 사는 것이 매우 즐거운 것 같았다. 다람쥐는, "저들은 갑옷을 입고 있는 것에 불과한데도 능히 거센 물결 위에 둥둥 떠 다니네. 내몸은 가벼울뿐만 아니라 뛰어다니기도 잘하니 어찌 저들보다 못할소냐?" 하고, 깊은 못 속으로 뛰어내렸다. 그런데 한 거름도 채 가기 전에 큰 물결이 몰려 와서 다람쥐는 그 물에 밀려서 이리저리 휩씁리고 여기저기 부딪히면서 금세 하류로 떠내려갔다. 다람쥐는 이에 기뻐서 말하기를, "오늘에야 즐겁게 노릴수가 있게 되었으니, 이로써 죽 음도 잊을 만하다." 고 하였다. 그러나 이윽고 다람쥐의 눈은 휑뎅그래 떠져 닫혀지지 아니 하고, 입은 딱 별려서 합해지지 않았으며, 배는 퉁퉁불어서 수면 아래로 쑥 들어갔다가 다시 수면으로 쑥 떠올랐다. 수많은 다람쥐 들이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있다가 그 죽은 다람쥐를 바라보고는 즐거워서 그러는줄 알고, 앞을 다투어 펄쩍펄쩍 물에 뛰어내렸다. 그리하여 꼬리가 갈라져 나가고 살갗이 찢어지면서 수 많은 자라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 자라들이 다람쥐 떼를 먹고는 맛이 좋다고 여기 마침 내 물에 둥둥떠서 침을 흘리며 다람쥐들이 저절로 물 에 뛰어들기를 마냥 기다렸다. 그러자 어부가 와서 통발과 그물을 치지 않고도 맨손 으로 자라를 잡아 볕에 말렸다.
    이 글은 이광정의 망양록(亡羊錄)에 실린 우화다. 다람쥐는 자신의 괴로움을 싢어하여 죽음을 자초하였 고, 자라는 음식 얻는 것을 탐하다가 죽음을 불러들 렸다. 만일 다람쥐가 산에서 사는 것을 편안히 여기고 강에 서 사는 즐거움을 연모하지 않았다면 못 자라에게 비 웃음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라도 만족한 줄을 알고서 강가에 나와 헤엄치지 않 았다면 어부에게 이로운 일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까닭에 ‘짐승은 산을 벗어날 수 없고, 물고 기는 물을 벗어날 수 없다.’고 했던 것이다. 이 우화에서 자라를 부러워하여 강물에 뛰어든 다람쥐 의 행동이나, 그 다람쥐를 탐내다가 어부에게 잡힌 자 라는,맹목적으로 벼슬과 재물을 구하려 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풍자한 것이다. 다람쥐나 자라가 서로들 목숨을 걸고 달려들며,미끼를 가지고 서로를 꼬이고 있지만 어부와 같은 존재 들이 그들 옆에서 이러한 상황을 비웃으며 ‘어부지리’(漁 父之利)를 노리고 있다는 더 큰 속임수를 깨닫지 못하 고 있었으니,슬픈 일이다. - 고전속에 지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