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세상에 둘도 없는 정말로 뛰어난 인물이란 어떤 사람 일까? 특히 천하를 얻고자 할 때 반드시 필요한 인물은? 진(秦)이 망하고 초의 패왕 항우와 한왕 유방이 천하를 다투 고 있을 때의 일이다. 초군(楚軍)의 위세에 눌려 파촉 땅에 갇 혀 있던 한군(漢軍) 가운데 한신이 있었다. 한신은 처음에는 초군에 속해 있었으나, 아무리 군략(軍略) 을 말해도 항우가 이를 한 번도 채택해 주지 않은 데 실망하여 도망쳐 한군에 들어간 사람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한신은 유방 의 눈에 들 기회를 갖지 못했다. 한신은 우연히 부장 하후영(夏候孀)에게 인정을 받아 치속도위(治粟都尉)에 천거되었다. 그 직무가 병량(兵糧)을 관리하는 일이라 그는 승상인 소하(蕭何) 와 알게 되었다. 원래 한신은 그가 품은 큰 뜻에 걸맞은 탁월한 재주를 갖추고 있었는데, 소하는 그걸 알아채고 은근히 기대를 걸었다. 그 즈음 관동 각 처에서 유방을 찾아온 부장들 중에는 참을 수 없는 향수에 젖어 도망하는 자가 꽤 많았다. 군중에 동요가 보이자 한신도 도망을 쳤다. 자신의 재주는 치속도위 쯤으로는 도저히 만족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한신이 도망했다는 말을 듣자 소하는 부리나케 뒤를 쫓았다. 너무나 급히 뒤쫓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소화도 도 망을 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유방은 이 소식을 듣자 양팔 을 잃은 것같이 낙담하였고, 그런 만큼 노여움도 컸다. 그런데 이틀 후에 소화가 불쑥 나타났다. 그의 얼굴을 보고 유방은 한 편으로는 노하고 한편으로는 기뻐했다. "승상의 몸으로 어찌 도망을 했던고?" "도망한 것이 아니옵니다. 달아나는 자를 잡으려 했을 뿐입 니다." "누구를?" "한신입니다." "뭐라고? 한신을 잡으려고 했단 말이오? 지금까지 여러 장사 가 도망을 했으되, 경은 그 중 단 한 사람도 잡으러 가지 않았거 늘, 어찌 이름도 없는 한신을 잡으러 갔단 말이오?" "지금까지 도망친 인물이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 주공께서는 이름도 없는 한신이라 하셨지만 그것은 한신을 아 직 모르시기 때문이고, 한신이야말로 국사무쌍(國士武雙 ; 한 나라에서 가장 뛰어남)이라 할 인물이옵니다. 주공께서 파촉의 땅만을 영유(領有)하시어 만족하시려면 모르거니와, 만일 동쪽 으로 진출하여 천하를 다투실 생각이 계신다면 한신을 두고 달 리 군략의 인물을 얻기 어려울 것입니다. 한신이 필요하고 않 고는 오직 주공께서 천하를 원하시는지 않으시는지에 달려 있 을 뿐입니다." "그야 나도 천하를 목표로 하고 있지. 이곳에서 썩고 말 생각 은 아예 없으니까." "그러시다면, 제발 한신을 활용하십시오. 활용하시면, 한신 도 돌아가려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좋아, 내 아직 한신을 모르지만 경이 그렇게까지 추천한다 면 그를 장군으로 삼겠소." "아닙니다. 그런 정도로는 진정 활용하시는 것이 못 됩니 다." 이리하여 한신은 한의 대장군이 되었다. 드디어 그의 재주를 발휘할 때가 온 것이었다. 이것이 한왕(漢王) 원년의 일이었다. <사기>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 전하는 얘기다. |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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