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이야기

해괴한 새

eorks 2014. 3. 4. 00:02
고전(古典) 이야기 ~진실로 어리석기는 어렵다~

해괴한 새
어떤 초나라 사람이 꿩을 걸머지고 길을 가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 중의 하나가 궁금한 나머지,
"그게 무슨 새요?"
하고 물어보았다. 은근히 장난기가 발동한(어쩌면 고의로 사기치기 위해) 꿩 주인은 대뜸,
"보면 모르겠소. 이게 바로 봉황이란 새올시다."
하고 속여 말하였다.
"내가 일찍이 봉황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있지만, 이렇게 직접 보기는 난생 처음이요. 그건 그렇고 그거 혹시 팔지 않으시려오?"
어허! 이것 봐라. 그럼 어디 한 번...
"물론이지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이게 어디 보통 물건이라야지. 적어도 10금을 안 주면 도저히 팔 수 없소이다."
파는 사람의 속셈이야 어디 갔든 이를 물어본 사람은 그가 부르는 값의 배나 더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챙겼다. 그는 그 귀하디귀한 물건을 장차 초나라 왕에게 바칠 요량으로 마냥 즐거워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하룻밤을 지세우고 난 뒤에 그 귀한 새가 그만 죽어버리고 말았다. 그는 그것을 사느라고 헛되이 써버린 금에 대해서는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다만 초나라 왕에게 그 천하에 귀한 물건을 바치지 못하게 된 것이 사무치도록 한스러울 뿐이었다.
이 이야기는 은 나라 사람들에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에 그것은 모두들 진짜 봉황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그것이 워낙 귀한 것인지라 임금에게 바치고자 했던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마침내 그 이야기는 돌고 돌아 초나라 왕의 귀에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초나라 왕이 자기에게 천하의 보배를 바치고자 한 그 백성의 갸륵한 정성에 눈물이 쏟아질 만큼 감격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왕은 그냥 있을 수 없어 수하 사람들을 시켜 그 장본인을 찾아냈고 그에게 후한 상금을 내렸다. 초나라 왕이 그 백성에게 내린 상금의 가치는 그가 새를 사들인 금의 가치에 비해 무려 10배도 넘는 것이었다. ㅡ<윤문자(尹文子)>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이 닭을 가지고 봉이라고 우긴 데서 별명이 `봉이`였다고 한다더니 정작 이 사기의 시원은 초나라가 원조였던 모양이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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