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이야기

담장에도 귀가 있다

eorks 2014. 4. 21. 07:56
고전(古典) 이야기 ~진실로 어리석기는 어렵다~

담장에도 귀가 있다
잠녀(蠶女)란 여자가 있었다. 누에를 짜는 여자란 뜻이다. 이웃 동네에서 그의 아버지를 납치해 갔다. 집에는 그가 아끼는 말 한 마리가 있었다. 하루는 잠녀의 어머니가 동네 사람들을 불러놓고 남편을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잠녀와 결혼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도 대답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담장에 귀를 가까이 대고 듣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잠녀의 말이었다.
말은 얼른 안장을 벗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는 며칠 후 잠녀의 아버지를 태우고 돌아왔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말은 아무 음식도 먹지 않고 울기만 했다. 까닭을 모르는 아버지가 그 원인을 물었다. 잠녀의 어머니는 지난 일을 남편에게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사람도 아닌 짐승과 어떻게 짝을 지어줄 수 있겠냐며 화를 냈다.
말도 분을 참지 못하고 한참을 날뛰다가 잠녀 곁으로 가서 그녀를 마구 찼다. 잠녀의 아버지는 보다 못해 말을 활로 쏴 죽였다. 그리고 가죽을 떠서 마당에 걸어놓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잠녀가 그 곁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말가죽이 훌쩍 일어나더니 잠녀를 싸 가지고 어디론지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보름이 흘렀다. 잠녀는 누에로 변해 뽕나무 위에서 뽕잎을 먹으며 실을 뽑아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으로 옷을 해 입었다. 지금도 누에에게 제사를 드리는 일이 있는데 여자의 우상을 만들어 가죽을 씌워놓고 기도를 한다.ㅡ<신녀전(神女傳>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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