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古典) 이야기 ~슬기로운 이는 순시(順時)에 이룬다~ |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기승을 들라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묵대사을 드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조선조 명종 때의 선사인데, 그야말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기행으로 점철되었을 뿐만 아니라, 천재적인 두뇌로 숱한 일화를 남기고 있다. 다음은 그의 기억력에 관한 일화다.
전라도 전주 사람이었던 진묵대사는 승려였음에도 불구하고 동향의 유학자인 봉곡(鳳谷) 김동준(金東準)과 매우 친하게 지냈다. 하루는 진묵대사가 봉곡의 집에 놀러 와서 <통감(通鑑)>을 빌려 달라고 하였다. 봉곡은 <통감>을 빌려주면서 진묵의 거침없는 행동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혹시나 책을 망가지게 하는 일이 있지 않을까 의심이 들어 하인 하나를 딸려 보냈다. 그랬더니 과연 봉곡의 짐작대로 한 권을 읽으면 한 권을 땅에 버리고 두 권을 읽으면 두 권을 땅에 버리며 길을 가는 것이었다. 봉곡의 하인은 진묵이 떨어뜨린 책을 고스란히 주어다가 주인에게 바치며 사실대로 고했다. 다음날 진묵이 다시 봉곡의 집에 찾아오자 봉곡은 어제의 일을 나무랐다. 그러자 진묵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옛 선인이신 남화진인(南華眞人)_장자_께서 이르길 고기를 낚는 자는 그 그물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네. 내가 이미 <통감>의 내용을 모두 외웠거늘 그 책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러면서 <통감>의 내용을 줄줄 외는데 한 글자도 틀리지 않았다.
역시 진묵대사에 관련된 일화다. 진묵이 명월암(明月庵)이라는 곳에서 선정삼매에 들려고 하였다. 그때 동자승이 진묵에게 말했다. "오늘 속가(俗家)의 어머님 생신이라서 내려가 봐야겠습니다. 스님 드실 공양은 지어 놓았으니 나중에 시장하시면 잡수십시오." 진묵은 그러마 하고 벽을 향해 돌아앉았다. 점점 조용해 가는 요요적적(寥寥寂寂)한 방에서 스스로 참선의 기쁨에 젖은 진묵은 밥 먹는 것도 잊고, 잠자는 것도 잊고, 그대로 십 년이 하루 같고 백 년이 하루 같은 선정삼매에 깊이 빠져들었다. 얼마나 시간이흘렀을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동자승이 들어와 인사를 올렸다. "지금 다녀왔습니다. 간밤에 법체(法體) 별고 없으셨는지요?" 그러나 돌부처처럼 벽을 향해 앉아 있는 진묵은 옷소매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동자승이 귀청이 떨어져라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저 다녀왔다니까요!" 그제야 진묵대사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모친 생일에 간다던 녀석이 아직 안 가고 소리만 지르느냐?" 인간 세상의 모든 욕구를 잊어버린 요요적적한 선의 세계에 빠져 있던 진묵은 하루가 지난 줄도 몰랐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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