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이야기

나 먹을 것은 없군!

eorks 2014. 10. 9. 00:02
고전(古典) 이야기 ~리더를 위한 고전읽기 책략편~

나 먹을 것은 없군!
<토정비결>을 만든 이지함(李之菡)은 한산 이씨로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의 친삼촌이다. 그는 항해술에 남다른 기술을 가지고 있어 바다 다니기를 육지처럼 하였다고 하며, 또 전도(前道)를 내다보는 능력이 있어 세상에서 이인(異人)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가 남다른 재주와 포부를 가지고, 또 요즘 말로 든든한 `빽`을 가지고 있으면서 뒤늦게나마 경기도의 포천 현감이라는 미관말직에 취임했을 때의 일이다. 모두들 대신(大臣)의 숙부라고 특별히 마음을 써서 산촌 읍치고는 최고로 차려다놓고 들기를 권했더니 상을 휘둘러보고나서,
"먹을 게 없군!"
하며 이마를 찌푸렸다. 모두 황송해서 상을 물리고 전보다 더 푸짐하고 호화로운 상을 새로 올렸더니 젓가락도 잡지 않고 또,
"나 먹을 것은 없군!"
하며 아까보다 더 심하게 상을 찡그렸다. 모두 도리가 없어 마당에 거적을 깔고 죄 주기를 청했더니 이 현감이 말하기를,
"이 고을에는 산채가 많이 날 것이 아니냐? 그 산채로 된장국을 끓이고 오곡밥을 지어 한 그릇 수북하게 담아 오너라. 나는 그것이라야 먹느니라!"
했다. 그리하여 재임 기간 동안 그런 식사로 일관하였다고 한다.
그는 또한 여행을 즐겨 `새옹`이라는 조그만 솥을 갓 삼아 쓰고 다니다가 경치 좋은 곳이면 머물러 그 솥을 벗어서 밥을 지어먹었다고 한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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