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봉달의 딸 성례는 인품이 순하고 인물이 곱기로 온 마을에
소문이 났다. 어느덧 나이가 차서 혼기가 되자 먼 곳 가까운 곳
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드는 매파들의 치맛자락 때문에 문턱이 닳
을 지경이 되었다.
그런데 최본달은 술을 몹시 좋아하는 위인이었다. 더구나 그의
술버릇은 유명했다. 술에 취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안 되는 일
이 없었다. 누구에게나 호언장담 큰소리를 쳤는데, 술이 깨면 그
모든 것을 하나도 기억해 내지 못했다.
이런 술버릇을 잘 알고 있는 동네 총각들은 최봉달을 만날 때
마다 술집으로 이끌어 취하게 하고는 그의 기분이 최고조에 이를
즈음에 으레 성례와의 혼사를 졸랐다. 그러면 최봉달은,
"그래? 좋아! 오늘부터 자넨 내 사위야, 암, 둘도 없는 내 사위
고 말고."
하고 총각의 등을 두들겼다. 그러나 그 이튼날이면 그 사실을 까
맣게 잊어버리고 또 다른 총각에게 술을 얻어 먹고는 똑같은 호
언장담을 하곤 했다.
이렇게 술 한 번 얻어 먹을 때마다 사위가 하나씩 늘어나 결국
최봉달은 동네 장인(丈人)이 되고 말았다. 일은 난처하게 되었다.
길을 걸을라치면 만나는 총각마다. `장인 어른`, `장인 어른`, 하고
매달려 택일을 하자고 조르니, 자신의 버릇을 누구보다도 잘 아
는 최봉달은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다.
딸 성례가 가만히 보니, 근간에 아버지가 기운이 없고 늘 침울
한 기색이 있어 그 까닭을 물었다. 최봉달은 딸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 말을 들은 성례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런 일로 심려하시다니요. 아버님의 술버릇을 악이용한 그들
이 나쁘지 아버님께서 잘못하신 건 없습니다. 제게 한 생각이 있
으니, 어느 날이고 아버님께서 약속하신 총각들을 모두 불러 주
시겠습니까?"
최봉달은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총각들을 불러 모았다. 두근거
리는 가슴을 안고 최봉달의 집에 모여든 총각들은, 성례가 앉아
있는 사랑방 앞에 열을지어 늘어섰다.
이윽고 성례의 낭랑한 음성이 흘러 나왔다.
"첫 번째 분 들어오세요."
맨 앞에 서 있던 총각이 심호흡을 하고 들어갔다.
성례는 눈을 내리깔고 단정히 앉아 질문을 했다.
"무엇으로 저를 기쁘게 해 주시렵니까?"
총각은 있는 지혜를 다 내어 대답을 했으나 성례는 쌀쌀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총각은 얼굴이 시뻘개져서 낭패한 표정으로 방에서 나갔다. 이
런 식으로 10여 명의 총각들이 낙담하여 돌아가니 문 앞에는 이
제 어느 집 머슴으로 잔뼈가 굵은 장사 돌쇠만 남게 되었다.
그는 마지막 사람으로 사랑방의 문턱을 넘으며 화가 잔뜩 났
다. 돈 많고 재주 좋은 총각들도 다 싫다고 돌려 보낸 성례에게
머슴살이나 하는 자기가 눈에 차겠는가? 그런 열등감의 반작용
때문이었을까, 그는 알 수 없는 오기가 솟아 가슴이 팽팽해
졌다.
들어오는 돌쇠를 보며 성례가 또 물었다.
"무엇으로 저를 기쁘게 해 주시겠습니까?"
한동안 입을 꾹 다물고 묵묵부담으로 서 있던 돌쇠는 무슨 생
각이 들었는지 바지를 훌렁 내리며,
"내가 가진 것은 이것뿐이오!"
하고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그러자 성례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더니, 조그만 목소리로 대답
했다.
"바로 제가 찾던 분입니다. 당신이 바로 제 낭군입니다. 평생
동안 정성을 다해서 섬기겠습니다."
얼떨결에 바지를 치켜올리고, 바지춤을 잡은 채 엉거주춤하면
서 성례를 내려다보던 돌쇠는 한참 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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