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그녀가 방 안에서 앓는 체하면서 누워 있는데, 마을 아
전들이 때를 지어 찾아와서 충에게,
"우리들이 용한 무당의 말을 들으니, 원님이 그 아들을 버린
죄로 하늘이 벌을 주어 대방마님이 병 들었다고 하니, 이제 곧
그 아들을 도로 데려오게 하십소서."
하고 말했다. 이에 충이 거짓으로 놀란 체하며
"정말로 그렇다면 곧 아이를 데려오너라."
하고 명했다. 그리하여 사람을 바닷가로 보냈으나 아무것도 발견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대로 돌아가려고 하는 차에 어디선가
어린 아이의 글 읽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 소리는 바다에 떠있
는 작은 섬에서 들려오고 있었는데, 동자(童子)의 목소리는 실로
청아(淸雅)했다. 사람들이 급히 배를 저어 섬으로 가 보았더니 과
연 높은 바위 위에서 글을 읽고 있는 동자가 있었다. 아전들이
아이를 부르며
"그대의 부친이 이제 병이 위중하여 그대를 보고자 하니 같이
마을로 돌아감이 어떠한고?"
하고 돌아갈 것을 청했다. 그랬더니 그 동자 머리를 저의며,
"나의 부모가 처음부터 나를 금돼지 아들이라면서 버리셨으니,
내가 이제 무슨 면목으로 돌아가리요. 그대들이 만약 억지로 가
자고 하면 바다에 빠져 죽을 것이오."
하고 대답했다. 그 때 최고운의 나이는 어느덧 세 살이었다.
결국 그대로 돌아온 이적(李績) 등이 원에게 치원의 말을 전하
자, 충도 도리가 없음을 깨닫고, 고을 장정 수십 명을 그 섬으로
보내 망경대(望景臺)와 월영루(月影樓) 두 누대를 지어 주게 하
였다. 또 충은 쇠로 만든 막대기 한 개를 선물하고 아비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한다는 말으 전하게 하였다.
이런 일이 있은 지 며칠 후에 하늘 위에서 하늘 선비 수십 명
이 그 섬에 내려와 누대 위에서 소요하며 그들의 아는 바 글을
모조리 치원에게 전수해 주었다. 그리하여 치원의 글공부가 크게
진척되었다. 치원은 그 아비가 준 쇠막대로 다락 밑의 모래밭에
서 글씨를 공부하여, 석자나 되던 쇠막대기가 반 자가 되도록
닳았다.
맑은 옥을 굴리는 것처럼…… 그 바다 위의 외로운 섬 속에서
치원이 글 읽는 소리는 매우 청아했다.
어느 날 그가 고운 목소리를 뽑아 두보(杜甫) 이태백(李太白)
의 시를 읊었더니 그 소리가 구름에 사모쳐서 바람결에 불려 멀
리 중국에까지 들리게 되었다. 그 날 밤에 마침 중국 천자가 후
원에서 달빛을 즐기며 글을 읽고 이었는데 어디서 글 읽는 소리
가 들려오는지라. 좌우 사신을 불러
"이게, 누가 글을 읽는 소리인고?"
하고 물었다.
"그것은 신라의 유생이 글을 읽는 소리올시다."
하고 사신 하나가 대답했더니, 황제는
"신라는 바다 저쪽에 있는 먼 나라인데, 저렇게 어진 선비가
있어 글 읽는 소리가 예까지 들려오도다."
하고 중얼거리며 감탄했다. 뿐만 아니라 황제는 그의 학문이 과
연 어느 정도인지 내 마땅히 시험하여 보리라 하고 글 잘 하는
신하 두 사람을 신라로 보내어 글 재주를 겨루게 하였다.
중원의 학자들이 황제의 칙명을 받들고 배를 저어 황해를 건너
와 보니, 조그만 섬 속에서 어린 아이가 글을 읽고 있었다. 그들
은 배를 멈추고
"그대는 누구냐?"
하고 물었다. 아이는
"최치원(崔致遠)이올시다."
하고 대답했다. 나이가 몇 살이냐고 묻는 말에는
"여섯 살이올시다."
하고 대답했고, 글을 배웠느냐고 묻자,
"사람이 글을 배우지 않으면 어찌 사람이라 할 수 있겠소."
하고 대답했다. 그러면 「글짓기 내기」를 한 번 해 보는 것이 어
떻겠느냐고 말한 한 학자가 먼저,
"삿대는 물 밑의 달을 꾀었도다"
하고 말하자 최치원이 이어서
"배는 물 속의 하늘을 누르도다."
하고 말했다. 황제의 학자가 이어서
"물새는 떴다 다시 잠기도다."
하고 말하자 최치원은 서슴없이 이어서
"산구름은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도다."
고 말했다. 황제의 학자들은 대경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아
이가 아직 일곱 살이 되지 못했는데도 이러할진대, 어른들은 다
시 말할 것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신라에 들어가서 창피를 당하는 것은 중원으로 그냥 돌아감만
같지 못하도다."
라면서 그 길로 뱃머리를 돌려 돌아가고 말았다.
그들은 본국으로 돌아가서 황제에게 전후 사실을 복명하면서
"신라에는 문재가 뛰어난 선비가 많아 소신들이 도저히 당할
수가 없었사옵니다."
하고 아뢰자 황제는 크게 노해 장차 신라를 침공할 준비를 갖추
게 하였다.
그리고는 솜으로 달걀을 싸서 표로 만든 상자 속에 넣고 다시
밀초를 끊여서 그 속에 부어 달걀을 움직이지 않게 하고 다시 구
리와 쇠를 끓여 상자 뚜껑을 때워서 다시는 열리지 못 하게 만들
었다. 그리고 사신을 시켜 신라로 가지고 가서 신라 국왕에게,
"너희 나라에서 만약 이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맞추고 또
그것을 시를 지어 바치지 못한다면 너희 나라를 멸망시키리라."
라고 말하게 했다.
중원 천자가 보낸 조서와 석함을 받은 신라의 왕은 얼굴에 수
심을 띄우고 곧 만조 백관을 불러서 말했다.
"경들이 이 어려운 문제를 풀고 또한 그에 맞는 글을 짓는다면
높은 벼슬을 주고 또한 큰 상을 내릴 것이다."
[내일로 계속......]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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