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살고 있는 유태인으로 자비심이 많고 평판이 매우 좋으며
예의바른 남자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유태인들 사회에는 전혀 참여
하지 않고 있었다.
어느 날 나는 호텔에서 그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유태인들
은 사업가를 만나면 `요즈음 사업이 어떠십니까? 잘 되어 갑니
까?` 하고 묻고, 라비를 만나면 `재미있는 책 좀 읽으셨습니까?`
라든가 `요즘은 무슨 재미있는 생각을 하십니까?`라는 식으로 묻
는 습관이 있다. 학문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라비는 언제나 글자 그
대로 주머니 속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넣어 가지고 다니기 때문이
다.
그도 역시 요즈음 재미있는 책을 읽었느냐고 내게 물었다. 그래서
나는 `얼마 전 탈무드를 공부하다가 죄에 관한 재미있는 것을 발견
했습니다. 당신도 탈무드를 공부할 때 그 부분을 읽어 보시겠습니
까?`하고 대답하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아주 뛰어난 라비 한 사람이 있었다. 고매하고, 장애심이 깊어 모
두 그를 숭배했다. 그는 꽤 세심한 성격을 가진 동시에 하나님을 아
주 깊이 경외하고 있었다. 개미 한 마리 밟아 죽이지 않을 만큼 하
나님이 만든 물건에 세심한 배려를 하면서 신중하게 생활하고 있었
다. 물론 제자들에게도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여든 살을 넘긴 어느 날 그의 육체는 갑자기 노쇠의 징조를 나타
냈다. 그도 스스로 그것을 느끼고 죽을 때가 가까워 온 것을 깨달았
다. 수제자가 머리맡에 왔을 때 그는 울기 시작했다. 의아하게 생각
된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왜 우십니까? 선생님께서는 하루라도 공부를 잊은 날이
없었습니다. 또 하루라도 가르침을 행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자선을 베풀지 않았던 날이 하루라도 있었습니까? 선생님께서는 이
나라에서 가장 존경을 받는 분이십니다. 하나님을 누구보다도 경외
하는 분도 선생님이십니다. 더욱이 선생님께서는 정치와 같은 더러
운 세계에는 한 번도 손을 대지 않으셨습니다. 선생님께는 울 만한
이유가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자 라비가 대답했다.
"그래서 내가 울고 있는 거라네, 죽는 순간에 누가 나에게 `그대
는 공부했는가, 그대는 하나님께 기도했는가, 그대는 자선을 베풀었
는가, 그대는 올바른 행동을 했는가` 하고 묻는다면 나는 모두 `그
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네, 그러나 `그대는 사회 생활에
충실히 참여했는가`라고 묻는다면 `아니오`라고밖에 대답할 수 없다
네, 그 때문에 나는 울고 있는 걸세."
나는 자기 자신의 일에는 성공했지만 유태인 사회에는 얼굴도 내
놓지 않는 유태인에게 탈무드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 유태인 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조언을 했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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