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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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ㅡ3화]아내에게 속은 경사
장례식에서나 굿을 할 때 불경을 소리 높여 외워 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런 사람을 `경사`라 불렀다. 경사 중에는 보통 장님
이 많았지만 더러는 장님 아님 사람도 있었다.
장님이 아님 한 경사의 아내가 매우 젊고 고왔다. 그런데 바
로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이웃집에 잘생긴 청년이 있
어서 이 경사의 아내를 좋아했다. 두 사람은 담 너머로 눈길이
서로 마주칠 때면 눈짓을 하곤 하다가, 마침내 만나서 깊은 관계
를 맺었다.
경사가 외출하고 나면 부인은 담 구멍을 통해 쪽지를 넣어서
연락하고, 그러면 청년은 담을 넘어 부인의 집으로 와 서로 안고
뜨거운 열정을 불태웠다.
어느 날, 역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남편이 외출한 뒤에 부
인은 이웃 청년을 불러들였다. 두 사람이 방으로 들어가서 옷을
벗고 누워 오랫동안 여러 가지 장난을 하면서 노는 사이, 그만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매우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몸을 합
쳐 바야흐로 정감이 무르녹고 있는 순간, 갑자기 큰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부인의 남편이 대문을 밀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꼼짝없이 발각될 지경에 놓였다. 방문과 대문이 마
주하고 있어서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보이게 되어 있었다.
이 때 부인 머리에 번개같이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하나 떠
올랐다.
"옳지! 그렇게 하면 남편을 감쪽같이 속일 수가 있다."
곧 부인은 얼른 바지만 주워입고 젊은이를 방 안쪽으로 밀쳐
보이지 않게 한 다음, 벗어 놓은 치마를 들고 방문을 열며 재빨
리 뛰어나갔다. 그리고는 방문 앞에 거의 다 온 남편을 향해 펄쩍
뛰면서 치마를 펼쳐들어 남편의 얼굴을 감싸안았다. 그럼 다음
에 귀에 대고 다정하게 속삭였다.
"어서 오십시오! 어디에서 오시는 경사님이신가요?"
이러면서 장난치듯 될 수 있는 대로 큰소리로 깔깔대고 웃었
다. 그런 다음 남편 얼굴에 치마를 씌운 채로 허리를 끌어안으며
앞이 보이지 않게 막았다. 아내의 이런 모습에 경사는 아내가 자
기를 환대하여 장난하는 것으로 알고 기뻐하면서 역시 아내를
껴안으며 말했다.
"응! 나 경사는 북쪽 재상 집 장례에 갔다 오는 길이지요."
이렇듯 한참 동안 치마를 뒤집어쓴 채 떠들며 좋아하는 사이
에, 청년은 옷을 주섬주섬 쓸어안고 재빨리 방에서 나와 집 모퉁
이를 돌아 담을 넘어 자기 집으로 가버렸다.
경사는 아내를 끌어안고 있다가 아내가 속곳만 입고 있는 것
을 알아차리고는,
"여보! 속옷만 입고 나 오기만을 가다렸구려."
라고 하면서, 자기를 기다리며 미리 옷을 벗고 있는 줄 알고 좋
아했다. 그리고는 아내를 끌어안아 방으로 들어가 눕히고 몸을
합치니, 이날 따라 아내는 더욱 적극적으로 남편의 움직임에 호
응하여, 남편은 매우 흡족해했다.<조선 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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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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