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술독이 된 스님

eorks 2019. 7. 26. 00:05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5부 끓어오르는 열정, 억제치 못하고
[제5ㅡ2화]술독이 된 스님
한 시골 부인이 인근 절에 불공을 드리러 다니다가 스님과 가 까워져, 남편 몰래 자주 만나 정을 통하며 즐겼다. 하루는 남편 이 멀리 친척 집에 간 사이에, 평소 정을 통하던 이 스님을 집으 로 불러들여 안방에서 옷을 벗고 바야흐로 정감이 고조되고 있 었다.

이 때 갑자기 문밖에서 남편의 기침 소리가 들렸다. 남편이 예상보다 빨리 돌아온 것이었다. 그래서 부인과 스님은 창졸간 에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서, 곧 스님을 아랫목에 앉히고 이불로 싸서 금방 담가 놓은 술독처럼 꾸며 놓았다.

방으로 들어온 남편이 방안을 둘러보고는 아랫목에 이불로 둘러싸인 것이 있으니까 그것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여보! 저게 무어요? 왜 이불이 방바닥에 있어요?"

"아 예, 여보! 당신이 돌아오면 술을 찿을 것 같아 오늘 아침 에 담가 놓은 술이랍니다. 한참 동안 싸두어야 합니다."

남편의 물음에 아내는 조금 전에 담근 술독이라 대답하고, 아 직 덜 익었으니 손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남편은 덜 익은 술이라도 좀 떠서 마시겠다고 하면서 싸놓은 이불을 벗기려 했다. 아내가 기겁을 하고 달려들어 말리 자, 남편은 더욱더 우기면서 아내를 밀치고 기어이 이불을 벗겨 버렸다.

그 순간 알몸의 스님이 뎅그러니 나타났다.

"아니! 술독이 아니잖아? 이건 알중놈인데....,"

남편이 곧 스님을 뜰로 끌어애어 매를 치니, 스님은 아프다는 소리는 못하고 계속하여,

"영영 감감 산산(年年甘甘酸酸) 연연 감감 산산."

하면서 술이 끓어오르는 소리만 흉내내는 것이었다. 이 때 아내 가 달려와 스님을 가로막고 때리지 못하게 말리면서 말했다.

"여보, 오늘은 따로 좋은 술을 준비해 두었으니 함께 한잔 마 시고 취하지 않으시렵니까?"

이러면서 남편의 팔을 잡아끄니, 남편은 더욱 화를 내며 스님 은 놓아둔 채 아내를 마구 때렸다. 그러는 사이에 스님은 빠져나 가 도망갔고, 아내 또한 부엌으로 피해 달아나 숨었다. <조선 초기>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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