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한 역사(力士)의 결혼

eorks 2019. 7. 24. 00:04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4부 서민들, 유머는 그들이 낙이었다.
[제4ㅡ46화]한 역사(力士)의 결혼
시골의 한 노인이 산 밑에 있는 밭을 개간하는데, 늘 호랑이 가 나와서 머슴을 잡아먹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루는 노인이 널 리 사람들에게 이렇게 선포했다.

"산 아래 밭에 나타나는 호랑이를 처치해 주는 힘센 역사가 있으면 내 딸을 주어 사위로 삼겠다.

이 소식이 널리 전해지니, 소문을 듣고 인근에서 몇 명의 역 사가 찿아와 시험해 보겠다며 밭에 나가 일을 하다가 모두 호랑 이에게 물려 죽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힘센 청년이 나타나 자원하고, 곧바 로 그 밭에 가서 일을 하며 호랑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있 으니 과연 큰 호랑이가 으르렁대며 나타났다.

"옳지, 이제 내 힘을 발휘할 기회가 왔구나."
하면서 청년은 재빨리 호랑이의 뒤로 돌아가, 몸을 날려 호랑이 엉덩이 위에 엎드리면서 그 허리를 힘껏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호랑이 허리를 안은 채 다른 손으로 호랑이 등을 내리 치니, 곧 호랑이의 등뼈가 부러져 버렸다.

그리고 나서 놓아주니, 호랑이는 아파서 산이 떠나갈 듯한 큰 소리로 울려 달아나 건너편 산언덕에 올라가서 끙끙 앓고 있었 다. 이 때 여우가 호랑이 앞에 나타나 물었다.

"산속의 왕이신 호랑이 어른께서 이게 웬일이십니까? 무슨 일로 일렇게 슬피 울고 있습니까?"

호랑이는 여우를 쳐다보고는 부끄러운 듯이 건너편 밭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여우야, 저놈이 나를 뒤에서 안고 내 등을 쳐서 등뼈를 부러 뜨렸단다, 기운깨나 쓰는 나 호랑이지만 저놈의 기운을 당할 수 가 있어야지, 아니고 분해!"

"뭐라고요? 아이참, 산중 왕이신 호랑이 어른! 아무리 그렇 지만 그래도 명색이 호랑이가 사람에게 당하고 그렇게 울고 있 으면 자존심이 상하지 않습니까? 내가 가서 꾀로써 저놈을 꼼짝 못하게 하여 복수해 드리겠습니다. 두고 보십시오."

아파서 끙끙대는 호랑이의 하소연을 들은 여우는 깔깔대고 웃으며 호랑이를 놀려 준 다음 산 밑으로 건너갔다. 곧 여우는 예쁜 여자로 둔갑하고서 청년 앞에 나타났다. 그러고는 살살 아 양을 떨면서 청년을 유혹하니 청년은,

"험한 산속에 너 같은 예쁜 여자가 있을 리 없다. 필시 여우 가 둔갑한 것이 분명하니, 요놈의 여우 내가 본때를 좀 보여 주 어야지."
하고는, 한 다리를 잡아 비틀어서 부러뜨려 버렸다.

그러자 여자는 여우로 변해 뒷다리를 절면서 달아나, 저 건너 호랑이가 앓고 있는 언덕으로 가서 함께 울고 있었다.

여우의 이러한 모습을 본 호랑이가 말했다.

"이놈 여우야, 내가 주의를 주지 않았어? 괜히 날 놀리고 큰 소리치더니만 그 꼴 보기 좋다."

이러고 있는데 마침 큰 등에(파리같이 생겼는데 몸이 큼) 한 마리가 날아왔다. 등에는 호랑이와 여우가 함께 울고 있는 모습 을 보고는, 이상하게 생각하고 우는 까닭을 물었다.

그래서 여우가 저 건너 밭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에게 당한 이 야기를 자세히 일러 주자, 설명을 들은 등에는 기가 막힌다는 듯 이 혀를 차면서 교만을 떠는 것이었다.

"산속의 왕과 꾀 많기로 소문난 여우가 그래 저 청년 하나에 게 당하고 운단 말입니까? 정말 부끄럽고 자존심 상하는 일입니 다. 제가 가서 독침을 쏘아서 죽이고 오겠습니다."

이러고,`붕~` 소리를 내면서 청년에게로 날아갔다. 등에가 청년의 목 뒤에 가서 앉아 독침을 쏘려고 하는데, 청년이 재빨리 손을 들어 등에를 탁 쳐서 잡았다. 그리고 등에의 꽁무니에 있는 침을 뽑아 버리고는 거기에 조 이삭을 꽂아서 날려보냈다.

시골에서는 등에가 곡식 이삭을 꽁무니에 꽂고 날아가는 것 을 보기 위해, 여름과 가을철에 이런 장난을 많이 하곤 했다.

청년은 독침으로 쏘아 해치려다가 실패하고 꽁무니에 조 이 삭을 달고 날아온 등에도 호랑이와 여우 옆에서 분통을 터뜨리 고 있었다.

이 때 노인의 집에서는 노인이 딸에게 점심밥을 싸주면서,

"얘야, 네가 이 점심을 가지고 밭으로 가서, 그 청년이 죽지 않고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아라. 죽지 않고 있으면 곧 너와 그 청년은 혼례식을 올려야 하니 고분고분 잘 대해야 한 다."
하고 일러서, 점심밥을 이고 밭으로 가라고 내보냈다.

청년이 밭에서 보니 노인의 딸이 점심을 이고 오기에, 어찌나 좋은지 달려가서 이고 있는 점심을 받아 내려놓고는 덥석 껴안 으며 말했다.

"이제 내가 호랑이를 처치했으니, 네 부친이 약속한 대로 너 는 내 신부다. 아이 좋아."

청년은 점심을 먹을 생각은 않고, 곧바로 밭 가운데에서 처녀의 아랫도리를 벗기고 다리를 벌려 서게 한 다음에 허리를 굽혀 엎 드려 있으라고 했다. 노인의 딸은 부친이 고분고분 말을 잘 들으 라고 당부했기 때문에 청년이 하라는 대로 순순히 따랐다. 곧 청 년은 처녀의 뒤로 가서 엉덩이에 자기의 사타구니를 붙이고 서 서, 한 손으로 그 허리를 껴안고 다른 손으로는 처녀의 한쪽 다 리를 들고 자기 허리를 밀착시키며 연장을 처녀의 몸속으로 밀 어넣기 시작했다.

이 때 멀리 건너편 언덕에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호랑이가 놀라면서 외쳤다.

"저놈 봐라, 저놈이 나에게 한 것처럼 처녀 등을 껴안고 등뼈 를 부러뜨리려 하고 있네, 저 처녀도 나처럼 등이 부러져 고생하 겠네, 아이 가엾어아."

이 말을 들은 여우는 호랑이를 쳐다보며 이렇게 우겼다.

"아니오, 호랑이 어른! 저놈이 처녀의 한 다리를 잡아 비틀고 있지 않습니까? 저놈은 나에게 했던 것처럼 처녀의 한 다리를 잡고 부라뜨리는 중입니다. 나한데도 바로 저 모양으로 다리를 잡아들고 부러뜨렸거든요."

호랑이와 여우의 얘기를 듣고 있던 등에는 붕붕 소리를 내어 결코 그렇지 않다는 몸짓을 해 보이면서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두 분 어른은 틀렸습니다. 저놈이 처녀의 뒤 꽁무니에 무엇을 끼워 넣고 있는 것을 보니, 나에게 했던 것처럼 꽁무니에 조 이삭을 꽂고 있는 것이 틀립없어요. 저봐요, 힘껏 밀어넣고 있잖아요."

청년은 자기 신부가 될 처녀라는 생각에 좋아하면서 재미를 보고 있는데, 호랑이와 여우와 등에는 이런 것도 모르고 각기 제 가 당한 대로만 얘기하며 우기고 있더라.<조선 후기>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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