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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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ㅡ2화]술독이 된 스님
한 시골 부인이 인근 절에 불공을 드리러 다니다가 스님과 가
까워져, 남편 몰래 자주 만나 정을 통하며 즐겼다. 하루는 남편
이 멀리 친척 집에 간 사이에, 평소 정을 통하던 이 스님을 집으
로 불러들여 안방에서 옷을 벗고 바야흐로 정감이 고조되고 있
었다.
이 때 갑자기 문밖에서 남편의 기침 소리가 들렸다. 남편이
예상보다 빨리 돌아온 것이었다. 그래서 부인과 스님은 창졸간
에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서, 곧 스님을 아랫목에 앉히고 이불로
싸서 금방 담가 놓은 술독처럼 꾸며 놓았다.
방으로 들어온 남편이 방안을 둘러보고는 아랫목에 이불로
둘러싸인 것이 있으니까 그것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여보! 저게 무어요? 왜 이불이 방바닥에 있어요?"
"아 예, 여보! 당신이 돌아오면 술을 찿을 것 같아 오늘 아침
에 담가 놓은 술이랍니다. 한참 동안 싸두어야 합니다."
남편의 물음에 아내는 조금 전에 담근 술독이라 대답하고, 아
직 덜 익었으니 손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남편은 덜 익은 술이라도 좀 떠서 마시겠다고 하면서
싸놓은 이불을 벗기려 했다. 아내가 기겁을 하고 달려들어 말리
자, 남편은 더욱더 우기면서 아내를 밀치고 기어이 이불을 벗겨
버렸다.
그 순간 알몸의 스님이 뎅그러니 나타났다.
"아니! 술독이 아니잖아? 이건 알중놈인데....,"
남편이 곧 스님을 뜰로 끌어애어 매를 치니, 스님은 아프다는
소리는 못하고 계속하여,
"영영 감감 산산(年年甘甘酸酸) 연연 감감 산산."
하면서 술이 끓어오르는 소리만 흉내내는 것이었다. 이 때 아내
가 달려와 스님을 가로막고 때리지 못하게 말리면서 말했다.
"여보, 오늘은 따로 좋은 술을 준비해 두었으니 함께 한잔 마
시고 취하지 않으시렵니까?"
이러면서 남편의 팔을 잡아끄니, 남편은 더욱 화를 내며 스님
은 놓아둔 채 아내를 마구 때렸다. 그러는 사이에 스님은 빠져나
가 도망갔고, 아내 또한 부엌으로 피해 달아나 숨었다.
<조선 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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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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