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보쌈으로 장가든 홀아비

eorks 2019. 7. 23. 00:04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4부 서민들, 유머는 그들이 낙이었다.
[제4ㅡ45화]보쌈으로 장가든 홀아비
안동에 권씨(權氏) 성을 가진 한 홀아비가 있었는데, 비록 양 반이긴 하지만 가난했고 또 상처까지 해 혼자 고달픈 생활을 하 고 있었다. 그런데 이웃에 농사를 지으면서 혼자 사는 과부가 있 어, 얼굴이 예쁘고 잘생겼으며 또한 정절이 굳어 감히 아무도 넘 보지 못했다.

외롭게 사는 권씨가 몇 차례 중매를 넣어 자기와 재혼하기를 간청했으나 과부는 끝까지 응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 는 권씨가 집 앞에 나가 산보를 하다가 그 과부를 만나니, 과부 는 뜻밖에도 반갑게 인사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오늘 저녁 저희 집에서 저녁이나 잡수시게 오십시오."

이에 권씨는 그렇게도 쌀쌀하게 대하던 과부가 이토록 다정 하게 자기를 초청하는 것에 대해 뜻밖이라고 생각하고, 저녁 무 렵에 설례는 가슴을 안고 과부의 집으로 갔다.

과부는 권씨를 반갑게 맞이하여 저녁밥을 대접한 다음,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권씨에게 여자 옷을 입혀 여자 인 것처럼 꾸미고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갔다.

"잠시 나갔다 올 테니 이 방에 가만히 누워 계십시오.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지면 알아서 잘 처리하십시오."

`어? 내가 여우한테 홀렸나? 분명 그 과부네 집이 맞는 데.....무슨 일이 벌어진다고.....여하간 기다려 봐야지.'

권씨는 영문도 모른 채 혼자 불안해하면서 가만히 누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폈다, 한참 누워 있었는데도 아무도 들어오 지 않기에 불안한 생각이 들어 나가 보려고 하는 차에, 갑자기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몇 사람의 청년이 들어와서 권씨에게 달려들어 이불로 말아싸서 메고 나가는 것이었다. 그 때서야 권씨는 짐작했다.

`옳거니, 과부를 보쌈하러 온 게로구나. 그런데 그 일이 사전 에 누설되어 누군가가 과부에게 귀띔해 주었구먼, 어느 집에서 한 일인지 큰 실수를 했네그려."

권씨는 대체적인 상황을 감지하고 가만히 있었다.

청년들은 한참 동안 권씨를 어디론가 메고 가더니 한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안에 내려놓고 이불을 벗기면서 얘기를 하 는데, 말소리를 가만히 들어 보니 멀마 전에 상처한 이 고을 이 방(吏房)의 집이 틀림없었다. 조금 있으니 과연 이방이 들어와 부드러운 말로 위로했다.

"갑자기 당한 일이라 놀랐을 거요. 오늘은 내 딸과 하룻밤 자 면서 다정하게 얘기도 하고 안정을 취하시오."

이렇게 말하고 이방이 나간 다음, 얼마 후에 이방의 딸이 들 어왔다. 권씨가 머리를 숙이고 있으니 이방의 딸은 자리를 펴고 함께 누워 몸을 가까이하면서 다정하게 대했다. 오랜 독신 생활 을 한 권씨로서는 환희에 넘치는 황홀한 밤이었다. 권씨는 슬그 머니 처녀의 옷끈을 풀어헤치고 가슴을 더듬어 마음껏 만지고 입을 맞추기도 했다. 그러나 이방의 딸은 서모가 될 사람으로서 친근함을 갖기 위한 행동으로 알고 순순히 받아 주면서 웃고 좋 아했다.

권씨는 한참 동안 처녀의 몸 전체를 애무하고, 슬금슬금 옷을 벗겨 알몸으로 만들었다. 그러자 처녀는 몸을 좀 움추리기는 해 도 그대로 가만히 따랐다. 상대가 남자일 것이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곧 권씨가 몸 깊숙한 곳까지 손을 넣어 만지니 처녀는 약간 흥분이 되는 듯했다.

이 때 권씨가 갑자기 처녀의 몸을 낚아채 끌어안고, 그의 손 을 살그머니 끌고 와서 자기의 꼿꼿한 연장에 갖다댔다. 처녀는 얼른 손을 떼며 몸을 빼려 했으나 힘센 남자가 껴안고 있으니 몸 을 빼낼 수가 없었다. 곧 권씨는 맨살을 부딪치면서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봐요 처녀! 놀라지 말고 내 말 잘 들어, 나는 저 건너 과부 네 옆집에 살고 있는 홀아비야. 처녀는 나이도 많이 들었는데 얘 송이에게 시집가서 고생하는 것보다 나와 함께 사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할 거야, 내 말 잘 알아들었지?"

겁에 질렸던 이방의 딸은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듯 긴장을 풀 고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권씨의 속삭이는 말에 고개를 약간 끄덕이었다. 곧 권씨는 오랫동안 참았던 정감을 불태우면서 깊 은 살을 맞대어 교환(交歡)하니, 처녀는 권씨가 하는 대로 몸을 맡기고 가만히 있었다.

이렇게 신방처럼 흐뭇한 첫밤을 지낸 이방의 딸은 새벽에 방 에서 나갔다. 그리고는 부끄러워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잠 자코 있었다.

날이 밝자 권씨는 방문을 열고 소리쳐 이방을 불렀다.

"이방! 이방은 내 말을 잘 들을지어다. 딸을 양반의 첩으로 주고 싶으면 중매를 넣어야지, 이런 무례한 방법으로 양반을 놀 라게 하는 법이 어디 있는고? 양반을 모욕한 죄를 물을 것이로 되, 이미 딸과 인연을 맺었으니 용서한다. 그 대신 집 재산의 절 반을 나눠 딸에게 주어서 즉시 가마를 태워 우리 집으로 보내라. 알았느냐?"

권씨는 비록 몰락한 양반이지만 이처럼 준엄하게 큰소리를 한번 쳐봤다.

곧 이방은 일이 그릇된 것을 알고 보쌈을 잘못 해온 종들을 야단쳤지만 이미 엎질러지 물이었다. 그리고 이방은 평소에 권 씨를 잘 알고 있었으므로 다행으로 생각하고 그대로 따르겠다고 했다.

권씨가 집으로 돌아오니 뜻밖에도 이웃집 과부가 미리 집에 와 있다가 권씨를 맞이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방님! 평소에 수절하기로 결심하고 서방님의 청혼을 거절 했습니다. 그러나 일전에 이방이 보쌈으로 데려가려 한다는 소 문을 듣고 연약한 과부의 몸으로는 피할 수 없을 같아서, 서 방님께 몸을 의탁하기로 마음먹고 이 방법을 썼습니다."

얼마 후에 이방의 딸이 가마를 타고 오니 홀아비 권씨는 하루 아침에 두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게 되었다. 이후로 권씨는 두 여 인과 밤마다 즐거운 시간을 가지며 행복하게 살았다. <조선 후기>


......^^백두대간^^........白頭大幹

'조선왕조 때 유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씨(竹氏) 아들 낳은 환관 아내  (0) 2019.07.25
한 역사(力士)의 결혼  (0) 2019.07.24
그것은 자라 머리였다  (0) 2019.07.22
큰 차반 먹는 수염 많은 손님  (0) 2019.07.21
그 `외눈인 놈' 죽이자  (0) 2019.07.20